★4.5곡성 감독의 의도를 해부해보는 해설.리뷰 (스포주의)29

블로그에 올렸던글입니다.

나홍진 감독의 신작 곡성을 보고 왔습니다.

러닝타임이 156분이나 되는 긴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해석하고 생각할 여지를 주지 않고

멱살 잡고 끌고 간 영화 곡성 리뷰를 해봅니다.

나홍진 감독의 곡성 제작 의도를 알고 영화를 보시면

결말에 대한 의문, 누가 선이고 악인지 불분명한 것에 대해 좀 더 편안합니다.

첫째, 왜 피해자들은 항상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을 때마다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을까?

둘째, 현재 사회적 분위기를 표현하고 싶었다

첫째 물음은 어찌 보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생각입니다.

가톨릭이던, 불교이던 어떤 종교이든 간에

신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면

억울하게 죽게 되어버린 피해자는 어째서 죽음을 당하게 되었을까??

가해자는 피해자를 해친 이유나 목적이 있는데

과연, 이 세상에 신이 있다면 왜 죄 없는 사람을 죽게 내버려 뒀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신이 있다면 인간에게는 태어난 존재의 이유가 있고

그리고 그 존재가 사라지는 죽음에도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입니다.

 무명(천우희)은 마을의 수호신이자 크게 본다면

신이라는 존재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 그렇다면, 일광(황정민)이랑 일본인은 악이었다고 치면

악과 대립했던 무명은 왜 마을의 참사를 막지 못했으며,

마지막 골목씬에서

왜 우리 딸이 피해를 입었냐는 종구(곽도원)의 질문에

남을 의심해서라고 대답했을까요?

"네 딸의 아비가 남을 의심하는 죄를 지어서"

" 아니, 내 딸이 먼저 아팠잖아 "

"................."

이 장면으로 인해서 영화를 다 본 많은 관객들은 혼란스러워집니다.

일본인은 악마가 분명 맞는데 무명은 과연 선인가 약인가?

혼란스러운 자체가 나홍진 감독이 관객에게 제시하는 질문이자 메시지입니다.

종구의 입장에서 구원이라고 여겼던

일광을 맹목적으로 믿었다가 피해를 본 것처럼

구원이라는 이름의 신에게 맹목적으로 현혹되지 말아라.

무명도 종구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밉니다.

닭이 3번 울 때까지 집에 가지 말아라라고 말하며

성경에 나온 예수를 3번 믿지 못했던 베드로의 상황을 빗댑니다.

무명은 마치 예수가 하는말 같은 걸 하지만

집에 들어갔을 땐 이미 가족들은 죽은 상태였으며,

그런 와중에 닭이 3번째 울음을 웁니다.

닭이 3번 울고 집에 돌아갔어도 종구는 가족의 죽음을 막지 못 했습니다.

이미 마을에서 일어난 다른 참변에서처럼 말이죠.

이 세상에 신이 존재한다면 (무명)

신은 마을의 참사를 하나도 막지 못하고 무능력하며,

그 피해의 이유조차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신이 존재한다면 그렇게 해석 할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나홍진 감독의 관객과의 대화에서 나온 내용입니다.

이라크에서 피살당하신 분들이 (제가 예를 들자면 영국의 종군기자) 계신데

그분들은 어떤 죄를 지어서 죽음을 당했는 질문에 모종 교의 관련자 분께서

교리에 입각해서 대답을 해줬다고 합니다.

" 가지 말라고 하는 곳에 갔고, 하지 말라는 짓을 하고

다른 사람이 살인을 하게 만드는 죄를 지었다"

이 얼마나 무서운 답변입니까?

자신을 죽인 사람이 살인하게 만드는 죄를 지었다니..

어릴적 톨스토이의 책에서 봤던

모든 죽음에는 다 하나님의 뜻이 있다고

그냥 믿어야한다라고 내용을 보고 느꼈던

공포와 같은 종류의 공포였습니다.

영화 속 신 (무명)도 똑같이 대답합니다.

일본인(악마)의 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일본인을 의심해서

네가 죄를 지었다고 말을 합니다.

상당히 불편한 말입니다. 우리는 겁 많은 종구가

2시 30분 동안 딸을 구하기 위해서 사투를 벌이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봐왔습니다.

그런데 그런 종구에게 의심을 한 게 죄라니..

감독의 메시지는 이것입니다.

예기치 않게 닥치는 불행에는 이유가 없다.

그럼으로 피해자들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다만 그 이유를 신에게서 찾으려고 한다면

신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어떤식으로던지) 네 잘못이다"

영화의 수미상관을 장식하는 말인

성경 누가 복음에서 따온

누가복음 24장 37절·38절·39절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찌하여 두려워하며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이 일어나느냐.

내 손과 발을 보고 나인 줄 알라. 또 나를 만져 보라.

영은 살과 뼈가 없으되 너희가 보는 바와 같이 나는 있느니라.'

는 예수가 한 말이지만 마지막에는 악마로 보이는

일본인이 한말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이든 악마이던 지간에

맹목적인 믿음을 강요하는 건 같습니다.

일본인은 영적인 존재(악)임으로 헛것이라는 생각에

두려움을 이기고 의심을 확인하러 간 부제는

동굴에서 악마의 형상을 한 일본인을 보고도 믿음이 흔들립니다.

그는 예수처럼 부활했고, 살과 뼈가 있으며

손에 성흔까지 있으며 누가 복음을 읊습니다.

이 부분은 가톨릭 신자들에게 전하는 감독의 메시지 같습니다.

악마도 예수와 똑같은 말로 사람들은 현혹 시킬 수 있으며,

너희가 믿는 신이 악마인지 신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이미 너희가 마음속에 신으로 믿기로 결정된 이상

내가 악마라고 해도 너희는 믿을 수 있겠느냐?

너희는 시험에 든다는 말로 무조건 맹목적으로 믿을 것이 뻔한데?

저는 종교의 비합리성을 보여주는 장면, 그들이 믿는 신이

악마인지 진짜 신이지 모른다는 장면이라고 생각하지만

가톨릭을 믿는 분들은

"그래 주님을 더욱 믿고 다른 것들에 현혹되지 말아야지"

라고 다짐할 것처럼 생각됩니다.

나홍진 감독은 어떠한 해석이라도 맞다고 했습니다.

감독은 이처럼 영화 속에서

관객이 누가 선이고 악인지 헷갈리는 장치를

계속해서 넣음으로써 관객에게 미끼를 던진 겁입니다.

관객은 종구(곽도원)의 시선으로 영화를 보았을 것입니다.

종구는 겁이 많고 심약한 성격으로

마을에 떠도는 소문에 결국엔 현혹되어버린 사람입니다.

병원에서 치료도 안되고 원인도 모른다고 하자

아내에게 '이유가 있을 거 아녀' 라면서

자신의 죄 없는 딸이 피해를 받게 된 이유를 찾게 됩니다.

왜 딸을 서울 큰 병원으로 바로 데려가지 않냐는 물음은

이미 종구는 소문에 현혹되어 병원에서 고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으로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병원에서 뼈가 튀어나오고 죽는 사람을 이미 보았죠)

그래서 종구는 미끼를 문 것입니다.

용한 무당에게 굿을 해보자는 장모의 말에 승낙을 해버린 것이죠.

굿을 하는 무당(일광)이라는 존재에 맹목적인 믿음을 가져버린 것이죠.

종구는 물론이거니와 영화 밖에서 보고 있는

관객까지 일광은 선이라고 믿고 클라이맥스까지 현혹된 셈이죠.

일광은 처음부터 악이었습니다.

첫 살인사건이 벌어진 집에서도

제사 같은 것을 지낸 흔적과 새 둥지같이

둥근 나뭇가지를 모아둔 흔적이 있고

이 새 둥지 모양은 일본인의 집에서도 발견되었고

일광이 살굿을 할 때도 딸 효진이 방도

새 둥지 같은 나뭇가지가 둘러져있습니다.

이와 같이 영화 속에서 일본인=일광=악이라는 장치는 많습니다.

굿을 했다가 일가족이 다 죽는 사건

일본인과 똑같이 일본식 팬티 훈도시를 착용한 모습

일본인과 똑같이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고

피해자 사진을 들고 있는 모습

일광이 자신의 집에서 종구에게 했던 말 기억하시나요?

"딸을 구하려면 살굿을 하던지,

그 녀석을 죽이는 수밖에 없어 "

일광의 살굿은 일본인에게 날린 것이 아닌

효진이에게 날린 것입니다.

그대로 굿이 끝났다면 그 자리에서

다른 집처럼 일가족이 몰살을 당했을 것입니다.

안 그렇다면 굳이 일광이 살굿을 하기 전에

다른 집이 굿을 하다가 전부 죽은 모습을 보여줄 필요는 없겠죠.

교차편집으로 일본인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딸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도 보여준 것은 감독의 페이크입니다.

볼 당시에는 일본인에게 날린 살굿으로 보이게 하지만

영화가 끝난 후에는

사실은 딸에게 날린것이다 라는걸 보여주기 위한 편집입니다.

그리고 일본인은 트럭에서 죽은 사람의 사진을 가지고 굿을 하고 있습니다.

일광과 효진의 굿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즉, 일광의 사라 굿을 막는 행동도 효진이를 공격하는 행동도 아닙니다.

나중에 트럭 시체가 좀비로 부활한 것으로 보면 일본인의 굿은

좀비로 부활시키기 위한 행동으로 보면 됩니다.

그럼 이 좀비를 왜 부활시켰느냐?

종구는 이미 일광에게 현혹당하여

딸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2가지 밖에 없습니다.

살굿을 하거나 일본인을 죽이거나..

살굿이 실패한다면, 자신을 죽이러 올 것을 알고 좀비를 부활시켜 둔 것이죠.

다만 너무 많은 인원과 무기를 들고 찾아올지는 몰랐겠죠.

그럼 일광이 날리는 살굿이 효진을 향한 것이었다면

그는 왜 고통스러워했는가??

무명 때문에 고통스러워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죽은 자를 부활시키는 굿을 한 이후에 오는 부작용(?)이라고 해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자신이 정말 살굿에 의해 피해를 받았다거나 무명에게 피해를 입었다면

추위에 벌벌 떨면서 이불 덮고 잘리는 없겠죠 (그것도 무명이 지켜보고 있는데)

무명은 자신에게 해를 못 끼친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 일에 실패하자 일광은 '미끼를 삼켜버렸구먼 의미심장한 말을 합니다.

살굿도 실패하고 일본인이 죽자 딸은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이 영화는 계속해서 일본인이 악인지 무명이 악인지 의심하게 만듭니다.

계속해서 일본인은 악마라고 확신하신 분들도 계실 테지만

저는 중간중간 나홍진 감독의 덫 때문에

일본인이 악인지 선인지 헷갈리게 됩니다.

4일 내로 이 동네를 떠나라는 종구의 협박대로 짐을 싸서 집을 떠나려는 모습

떠나는 중에 트럭에서 발견한 시체를 보고 놀라는 모습

시장에서 말도 안 통하는 황석정씨랑 실랑이를 벌이며

흥정해서 닭을 사고 버스를 타는 모습

종구 일행에게 쫓기며 절벽에서 떨어진 뒤 흐느끼는 모습

꿈속에서 산짐승을 뜯는 모습 외에는 일본인이

누군가에게 해코지를 한 모습은 절대 없습니다.

일본인과 무명은 경계, 대립하는 관계인데

누군가는 선이고 악일 텐데 말이죠.

이러한 모습 때문에 의심을 가졌던 관객이라면

일본인이 죽고 난 후 무명을 악 혹은 귀신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1. 선이라고 믿고 있는 일광이 무명을 만나고 피를 토하며 도망치는 장면

2. 선이라고 믿고 있는 일광이 자신이 잘못판단했다며,

일본인은 좋은사람이었고, 무명이 귀신이니 무명의 말에

절대 현혹되지 말라고 집에 돌아가라고 말하는 장면

3. 집에 돌아가려는 종구의 손을 잡은 장면

귀신같이 창백한 모습, 죽은 자의 물건(야상, 머리띠)을 소지하고 있는 모습

이런 악 같은 무명의 모습 때문에 마지막 동굴 속 일본인의 모습도

선인지 악인지 모호하게 비칩니다.

(저는 이때까지도 누가 악인지 선인지 몰라서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결국엔 종구처럼 관객은, 우리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말을 믿을지

현혹당할지 안 당할지 구별해 낼 재간이 없다.

종구가 마지막 장면에서

" 아빠 경찰이잖아..." 말하는 것처럼

사건을 조사하고 범인을 검거하는

경찰이라도 불행을 막는 재간이 없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갑자기 찾아 온 불행 앞에서는

나약해질수밖에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똑같은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도

무명은 수호신이 아니고, 나쁜 귀신이다.(셋이서 텃싸움한거)

모든일은 독버섯에 의한 환각이다.

일광은 원래 좋은 사람이었는데 일본인에 마력에 의해

끝에는 마음이 변했다는 식의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고 가는데

이것이 진짜 나홍진 감독의 의도대로 영화가 보이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선악도 구별하기 힘든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인간이 믿는 종교속의 신이 허주인지 아닌지 조차

우리는 판단할 수 없다는 걸 보여주고 있는 영화 같습니다.

영화를 보고 난 관객조차

자신이 보고 싶은대로 믿으며

자신이 느끼는대로 해석하는 모습을 보면서

영화 속 종구의 모습은

 영화가 끝난후에도 우리 관객에게 투영되고 있다는점에서

더욱 소름 끼치고 무서운 영화 같습니다.

곡성에서 꼭 누가 왜 이런 행동을 했고 인과관계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영화 밖에서 이러한 관객의 심리를 뒤흔들고

가지고 노는 나홍진 감독의 연출

곡성 그대로를 즐기시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