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백두산.. 예쁜 기성품 같은 영화4

(아주 약스포)

나름 기대하고 봤는데 너무나도 크게 실망했어요. 그냥 전형적인 한국 상업 영화에요. 아니, 영화적 완성도만 보면 전형적인 한국 영화보다도 못해요.

뭐 흥행은 무조건 성공하겠고, 장점도 몇 가지 있는 영화라고는 생각하지만... 솔직히 이런 훌륭한 배우들, 엄청난 예산, 흥미로운 소재를 가지고 이것밖에 못 만든 게 너무 안타깝더라구요.

장점부터 말하자면 이병헌의 연기는 명불허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배우 중 톱3 안에 무조건 들어간다고 생각하는데 역시나 대단했습니다. 하정우도 안정적인 연기 보여줬고요.

또 다른 장점은 CG가 멋집니다. 백두산 폭발로 인한 재난 상황을 멋지게 그려냈더라구요. 초반에 건물 무너지고 그럴 때는 정말 엄청 쫄깃했어요.

유머도 나쁘지 않았어요. 이병헌, 하정우 둘 다 천연덕스러운 유머가 잘 어울리고 잘 하는 배우죠. 여기서도 재밌어서 주변 관객들 반응도 좋았어요.

덕분에 적당한 웃음+적당한 감동이 있는 전형적인 한국 상업 영화가 되었고, 적당한 재미를 줍니다. 영화를 '감상'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라, 데이트코스나 킬링타임으로서 영화를 '소비'한다는 입장으로 보기엔 무난하게 좋은 영화가 되었어요.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안 좋은 요소가 너무 많았어요.

뛰어난 CG는 장점이지만 단점이기도 했어요. 이게 내가 영화를 보는 건지, CG스튜디오 광고를 보는 건지 구분히 잘 안 갈 정도였어요. 예전에 신과함께2도 많이 듣던 평이기도 하죠. 멋지긴 한데 심하게 과합니다. 이게 적당하고 적절하게 잘 버무려져야하는데 그냥 전시한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어요.

가장 큰 단점은 작위적인 전개에요. 그냥 너무 작위적이에요. 영화가 아무리 허구를 다루는 장르라도, 어느정도의 개연성과 핍진성이 있어야 하는데, 이 영화는 그냥 전개의 편의를 위해 개연성을 다 무시해요. 뜬금없이 부하들이 도우러 나타나고, 뜬금없이 인물의 마음이 바뀌고, 뜬금없이 싸우고 화해하고.. 초반에는 괜찮았는데 중반 이후부터는 너무 작위적인 게 많아서 영화에 몰입이 전혀 안되더군요. 인물들이 기를 쓰고 나아가는데, 몰입이 안되니 그냥 나와 다른 세계 사람 이야기로 느껴져서 누가 죽든 말든 이야기가 어떻게 되든 뭔 상관이랴 싶더군요.

연출도 너무 뻔했어요. 어디서 본 것 같은 연출들이 너무 많았고, 특히 마지막에 폭발 장면과 수지가 아기 낳는 모습을 오버랩 하는 부분은 정말 이게 2019년 영화가 맞나 싶을 정도로 촌스러웠어요.

뭐 CG랑 배우 보는 맛으로 볼 만 합니다.

아마 흥행은 무조건 할 것 같아요. 그러려고 작정하고 만든 영화니까요. 감독이 큰 고민 없이 너무 안전하고 편한 길을 택했단 생각이 강하게 드네요. 

뭐 영화도 돈을 벌기 위해 만드는 것이니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을 비난할 수 없겠죠. 그래서 그냥 씁쓸함만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