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용과 주근깨 공주]를 보고(스포)

호소다 마모루 감독이 연출한 애니메이션 <용과 주근깨 공주>는 U라는 가상공간에서 가수로서 일약 스타가 되는 고교생 스즈의 이야기입니다.

어릴 때 사고로 엄마를 잃은 스즈는 아빠와의 대화도 거의 단절되고 좋아하는 노래마저 하지 않고 살아갑니다. 절친의 소개로 가상공간 U에 접속한 스즈는 '벨'이라는 가수로 단번에 슈퍼스타가 됩니다. 가상공간에서 벨은 대형콘서트를 하게 되는데 공연 전 용이 나타나 저스티스와의 대결이 벌어집니다. 벨은 용의 몸에 생겨진 멍 자국 때문인지 계속 마음이 쓰이게 됩니다. 가상공간에선 활발히 활약하는 스즈이지만 학교생활에선 적극적이지 못합니다. 특히 음악시간엔 더하고요. 게다가 어릴 때부터 짝사랑한 시노부에게 고백은 고사하고 말도 붙이지 못합니다. 시노부는 엄마의 부재 속에 상처를 떠안고 사는 스즈를 마치 보호자처럼 관심을 기울입니다.

<용과 주근깨 공주>는 <미녀와 야수>의 설정은 서브 콘셉트로 잡고 있습니다. 여자주인공의 이름도 심지어 벨이고요. 이 작품에선 야수 대신 용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녀와 야수>의 남녀 간의 사랑보다는 인간 간의 관심이라는 설정이 좀 더 강합니다. 나중엔 그 관계가 남녀의 사랑으로 진행될 수도 있지만요.(엄마 친구의 고교시절 에피소드를 본다면 그럴 가능성도 클 것 같습니다)

가상공간이라는 설정이 현 시대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 공간속에서 없던 자신감도 생기지만 이것이 현실로 잘 이어지지 않는데 결국 현실 속에서 주인공을 돕는 것은 바로 친구들입니다. 그리고 스즈는 맘이 쓰였던 용을 적극적으로 구해주기도 하죠.

또 흥미로운 요소는 저스티스라는 캐릭터입니다. 가상공간에서도 공권력이 존재하는데 그 권력이라는 것이 평화를 위한다기 보다는 권력을 마치 자랑하며 타인을 굴복시키려는 느낌이 강하게 보였습니다. 감독은 이를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있고요.

감독의 전작인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조금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강둑을 걸어가면서 고민을 하는 스즈의 모습과 그 고민에 등장하는 시노부의 모습을 보니 전작과 겹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호소다 마모루의 작품 중 가장 배경 작화가 훌륭한 작품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감탄스러운 장면이 너무 많더라고요. 신카이 마코토의 디테일한 묘사와는 또 다른 따듯한 느낌을 주는 작화였습니다.

<용과 주근깨 공주>는 호소다 마로루의 최고작이라고 말하긴 힘들지만 그 동안의 작품과는 또 다른 지점을 보여주는 작품이 아닌가합니다. 이후의 그의 필모그래피가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