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은미 감독이 연출한 <F20>은 조현병을 앓고 있는 아들을 키우는 엄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스릴러물입니다.

서울대를 다니고 있는 아들 도훈(김강민)은 군대에 다녀온 후 조현병을 앓게 됩니다. 치료를 마치고 엄마 애란(장영남)에게 돌아옵니다. 그런데 애란은 이웃에게 아들의 병을 숨기고 어학연수를 다녀온 것으로 말해 놓은 상황입니다. 아들이 조현병을 앓는다는 소식에 힘들었던 순간 애란과 같은 상황인 경화(김정영)가 애란에게 많은 도움을 줍니다. 그런데 아들이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경화와 그녀의 아들 유찬이 애란의 아파트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애란은 경화를 오히려 조금씩 멀리하게 됩니다. 이미 경화의 아들 유찬이 조현병을 앓고 있다는 것이 아파트 주민에게 알려졌기 때문이죠. 그리고 얼마 또 지나지 않아 심하게 상처를 입은 고양이 시체가 발견되고 아파트 주민들은 경화의 아들을 의심하게 됩니다.

모성애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올바른 모성애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내려야될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이 영화 속의 애란과 같은 상황으로 흐르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마더>에서의 김혜자의 모성애와 비슷한 듯 다르고 <시>의 윤정희 캐릭터와는 전혀 반대 방향을 바라보고 있는 작품입니다.

스릴러로서 긴장감은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나 고양이 사건이후 애란과 경화의 갈등이 조금씩 심화되면서 스릴감은 좀 더 깊어집니다. 그런데 그 이후 상황들은 그 동안 많이 봐 왔던 이야기의 흐름으로 진행되고 예상도 좀 쉽게 되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란의 캐릭터가 조금씩 변해가는 과정을 보는 재미는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이웃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조금 충격적이기도 합니다. 장영남 배우가 원톱 주연으로서 제 임무를 다 한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모성애를 소재로 한 스릴러물들이 지향하는 작품들의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작품입니다. 하지만 '조현병'에 대한 편견을 주목하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 편견이 여전히 다수라는 이름으로 소수에 알게 모른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을 영화가 말하고 있습니다. 다수의 입장이라도 소수의 입장이 한 번 되어 상황을 생각하는 역지사지라는 4자성어가 떠오른 작품이었습니다.

P.S ‘F20’은 질병 코드로 정신질환은 모두 F로 시작한다고 하네요. 그중 조현병이 F20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