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아테프 감독이 연출한 <키브롱에서의 3일>은 50년대의 활동한 여배우 로미 슈나이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시씨'라고 불리는 오스트리아의 공주, 엘리자베스 삼부작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은 로미 슈나이더는 휴가와 건강 회복 차 키브롱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건강 악화와 더불어 아들과의 관계도 좋지 않은 로미는 절친인 힐데를 키브롱으로 부릅니다. 근데 힐데가 오고 같은 날 로미를 인터뷰하기 위해 기자 미카엘과 사진작가 로베르트도 로미가 머무르는 호텔에 도착합니다. 힐데가 술에 절어 있는 로미의 인터뷰가 걱정되지만 호텔방에서 강행이 되고 미카엘은 조금씩 도를 넘는 질문을 합니다. 그리고 로베르트는 로미와의 묘한 과거가 있지만 기사를 위해 이를 적극적으로 막진 않습니다.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입니다. 특히나 그 실존 인물이 여배우입니다. 그렇다면 몇 가지 상황을 고려할 수 있는데 로미 슈나이더는 어찌 보면 이런 작품에서 흔히 만들어지는 스테레오 타입의 캐릭터입니다. 알콜릭과 자신에게 성공을 안겨준 캐릭터가 오히려 그녀를 옳아매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게다가 자식과의 관계도 평탄하지 않고요. 그래서 친구 힐데의 역할이 중요한데 로미는 자아가 워낙 강한 인물이라 힐데와의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전성기가 끝나고 내리막을 걷는 여배우의 모습은 <선셋 대로>와 같은 작품에서도 잘 보여주고 있는데 그 작품과는 다르게 이 작품은 현실적인 모습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공간은 휴양지에서 벌어지는 인터뷰라는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하고 혹은 오히려 이런 상황이 그녀가 정신적인 건강에서 회복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70년대 말 80년대 초 쯤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고 흑백작품이라 좀 더 클래식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는 작품입니다. 휴양지에서의 이야기이지만 실내 장면이 좀 더 많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장면에서 등장하는 키브롱의 해변은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그 보다 더 아름다운 건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인데 인터뷰를 마치고 나온 밤풍경의 술집 그리고 그 안의 결혼식을 막 마친 사람들과의 대화가 좋았습니다. 이 손님 중 한 명이 드니 라방이었는데 이 짧은 분량에서도 이 배우는 미친 존재감을 품어 내더라고요.

영화 속에선 건강을 회복해보였던 로미의 실제 삶은 43살의 나이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아들을 사고로 잃고 그 충격으로 극복했던 알코올과 수면제에 다시 손을 대면서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인생의 캐릭터를 얻게 된다는 것은 배우에겐 축복과 같은 일이 될 수 있는데 자세히 보면 대부분의 이런 영광을 얻은 배우들의 인생이 그다지 행복보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를 극복한 배우는 생각보다 적더라고요. 우리의 '케빈'만 보더라도 그렇죠. 게다가 로미 슈나이더는 엄마로서의 삶도 스스로 불합격이라 생각했으니 더욱 더 정신적인 고통이 컸을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몰랐던 로미 슈나이더라는 배우의 과거 작품들을 한 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