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딕트 앤드류스 감독이 연출한 <세버그>는 장 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의 주인공이자 60,70년대 영화계에서 영향력 있었던 진 세버그의 배우로서의 삶이 아닌 운동가로서의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남편과 아들을 파리에 두고 할리우드로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진 세버그(크리스틴 스튜어트)는 흑인 인권 운동가인 하킴 자말(안소니 마키)를 만나게 되고 평소에 관심이 있었던 인권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진의 인권 운동은 점점 세력을 넓히고 블랙 팬서 당원들이 그녀의 저택에 까지 방문해서 후원을 받기도 합니다. 이를 주목한 FBI는 그녀의 집 안에 도청장치를 설치하고 미행까지 시작하게 됩니다. 신입 요원 잭 소로몬(잭 오코넬)은 뛰어난 도청 능력으로 이 작전에 투입되지만 자신의 의도와는 달리 윗선은 그녀에게 과한 제재를 가하게 됩니다.

누벨바그의 거장 중 한 명인 고다르의 데뷔작 <네 멋대로 해라>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던 진 세버그를 한 동안 잊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이렇게 적극적인 인권운동가인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녀의 대의가 중요하지만 하킴과의 불륜은 용서받긴 힘들기도 합니다. 특히 둘 다 배우자가 있는 상황이라 더욱 더 그러합니다. 영화에선 이 부분을 여러 번 언급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인 인권이란 그 시대 아니 현 시대에도 여전히 큰 이슈인 이 부분에 있어서 그녀의 영향력은 충분히 발휘되었습니다. 그녀의 자신의 힘을 옳은 곳에 쓸 줄 아는 인물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워터게이트가 들어나기 직전에 미국의 도청이 얼마나 성행했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부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한 개인의 삶은 어떻게 되던지 전혀 상관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줍니다. 하지만 악의 집합소에도 선은 존재하다는 것을 잭을 통해서 엿볼 수도 있습니다. 늦은 깨우침이긴 했지만요

사회운동에 적극적인 인물들은 할리우드에서 많이 있어왔습니다. 현재에도 그러하고요. 우리나라의 셉럽들과 비교가 되는 게 어쩔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의 유명인을 비난할 수도 없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순간 바로 그 유명인은 사라질 수밖에 없는 사회적 문화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곳에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그렇지 못 한 사회가 우리나라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