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빅토리아]를 보고(스포)

세바스티안 쉬퍼 감독이 연출한 2015년작 <빅토리아>는 스페인에서 베를린으로 이주한 여성 빅토리아의 스펙터클한 밤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빅토리아는 새벽에 클럽에서 신나게 홀로 춤을 추고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근데 청년 4명이 그녀에게 접근하고 함께 놀자고 합니다. 의외로 그녀는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또 의외로 큰 사건은 벌어지지 않고 그 청년들도 자신의 아지트인 옥상으로 그녀를 초대하면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고 청년 중 한 명인 쏜과 함께 자기가 일하고 있는 카페로 함께 갑니다. 멋진 피아노 연주를 하면서 둘은 로맨틱한 장면이 연출되려는 찰나 청년 중 한 명이 쏜에게 돌아와 일할 시간이 되었다며 술에 취한 다른 친구 대신 빅토리아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 영화는 이 부분에서 엄청난 사건을 맞이하게 됩니다. 차를 훔쳐 빅토리아와 청년이 향한 곳은 한 청년이 교도소에 있을 때 도움을 줬던 범죄조직의 보스가 있는 곳이었는데 그의 지시로 은행을 털어야 되는 상황인 것입니다. 빅토리아는 의외로 청년들을 도와주며 운전을 맡게 됩니다. 하지만 이 철없는 청년들과 빅토리아는 은행을 턴 거 같진 좋았는데 젊은 혈기에 또 다시 클럽에 가서 놀다가 경찰에 쫓기게 됩니다.

이 영화는 청년들의 나이브한 행동을 지속적으로 보게 되면서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 만큼 범죄자인 주인공들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역설적인 순간이기도 합니다. 이런 답답함은 원테이크 촬영도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2시가 20분가량의 러닝타임동안 한 번의 컷트도 없이 원테이크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철저히 계산된 동선으로 진행됩니다. 그래서 대부분으로 쇼트는 웨스트 샷, 클로즈업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마지막에 떠나는 어떤 인물의 롱샷을 제외하면요. 만약에 스크린 앞자리에서 영화를 본다면 <클로버필드>를 볼 때의 어지러움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카메라의 무빙이 많습니다.

대략 2~3시간의 이야기를 담아낸 이 작품은 축약된 이 시간동안 빅토리아라는 한 이방인을 통해 베를린 원주민(?)이라고 주장하는 청년들과의 만남이 그녀의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시간 당 4유로라는 말도 안 되는 시급을 받고 일하는 카페 사장이랑 이 청년들 중 누가 더 나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최근 난민 문제에 대한 작품들이 쏟아지고 있는 <빅토리아>는 그런 작품과는 또 다른 위치에 놓인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