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내 마음을 읽어봐]를 보고(스포)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인 <내 마음을 읽어봐>는 결핍과 외로움에 지쳐 있는 두 청춘의 모습과 더불어 히치콕의 <이창>을 오마주한 작품입니다.

청각 장애가 있는 칼라(엠마누엘 데보스)는 항상 보청기를 끼고 다닙니다. 회사에서 비서업무를 보는 칼라는 과중한 업무에 쓰러지자 조수 한번을 회사에서 채용해주려 합니다. 새로운 비서는 전과 전적이 있는 폴(뱅상 카셀)이라는 남자인데 사무직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지만 칼라는 그를 이유 없이 바로 고용합니다. 그래도 일에 적응하는 폴이라 다행이었지만 얼마가지 않아 빚쟁이가 찾아와 폴은 회사를 그만두고 빚쟁이가 운영하는 바에서 일을 하게 됩니다.

식사 시간에 칼라가 다른 사람들을 입술을 읽을 줄 아는 능력이 있다는 걸 자신의 범죄에 사용하기 위해 폴은 칼라에게 부탁합니다. 칼라는 그 대신 회사에 돌아와 몇 시간만이라도 일을 도와 달라합니다. 그렇게 둘의 거래는 성사되고 폴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낮엔 회사로 칼라는 폴이 알려준 옥상으로 올라가 반대편 건물에 있는 사람들의 대화 내용을 읽기 시작합니다.

로맨스와 범죄스릴러가 혼재된 작품입니다. 거의 정확히 전반 후반으로 나눠진다고 볼 수 있을 정도입니다. 각각의 장르를 풀어내는 자크 오디아르만의 색깔이 이 작품에서도 존재합니다. 특히 로맨스가 형성되는 전반부는 다른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연출을 보여줍니다. 이런 스타일은 칼라라는 독특한 캐릭터에서 옵니다. 외모적으론 평범하지만 장애가 있는 칼라는 자신의 세계 안에 갇혀있는 사람인데 폴을 통해 그 세상을 조금씩 넓혀나가고 폴을 자신이 조종하면서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묘한 감정으로 발전하려고 합니다. 폴은 그 단계가 오기 전에 오해를 하고 어떤 행동을 하다가 낭패를 겪기도 합니다.

후반부엔 자크 오디아르의 장기 중의 하나인 스릴감 넘치는 연출이 돋보입니다. <이창>의 기본 설정이 있지만 이 작품에선 염탐을 하는 인물들이 그 공간을 먼저 적극적으로 들어간다는 설정이 추가됩니다. <이창>에선 다리를 다친 제임스 스튜어트가 등장한다면 여기선 장애를 통한 장점이 범죄의 도구로 사용됩니다.

이 작품은 나름 풋풋했던 뱅상 카셀의 30대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강인함 속에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이 작품에서도 보여주는데 역시나 멜로엔 좀 약한 거 같긴 하더라고요.

<내 마음을 읽어봐>는 자크 오디아르가 펼치는 세계관에서 살짝 다른 길을 가는 작품일수도 있지만 두 장르를 함께 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임엔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