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1984 최동원]을 보고(스포)

조은성 감독이 연출한 <1984 최동원>은 전설의 투수, 한국시리즈 4승 투수인 고 최동원 선수의 가장 빛나던 순간을 담은 작품입니다.

고 최동원 선수의 10주기를 맞아 만들어진 이 다큐멘터리는 1984년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일곱 경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자 생전 최동원과 그의 주변인들의 인터뷰로 구성된 작품입니다.

84년 프로야구는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누어져 각 우승팀이 한국시리즈를 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전반기에 우승한 삼성, 그리고 후반기엔 오비와 롯데가 우승을 다투고 있었습니다. 삼성은 롯데와 한국시리즈를 치르기 위해 롯데에게 져주기 게임을 하기도 합니다. 근데 그것이 삼성의 오판이었던 거죠. 롯데엔 최동원이 있었다는 걸 망각했던 것이죠.

그렇게 1차전이 시작되고 최동원은 완봉승을 바로 거두어버립니다. 지금은 말도 안 되는 투수 로테이션인데 당시엔 선발투수가 이틀 쉬고 삼일 째 던진 것이 비일비재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롯데의 계획은 최동원 1,3,5,7차전 선발로 계획했던 거죠. 하지만 5차전을 삼성에게 뺏기고 계획에 차질이 생기지만 다음 6차전에 최동원은 5회 구원으로 올라와 5이닝 소화 합니다. 하지만 다음 날 열리는 7차전에 아무리 최동원이라도 던질 수는 없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다음 날 거짓말처럼 비가 내리고 7차전은 하루 연기가 됩니다. 그리고 최동원은 최종전에 선발로 다시 올라와 완투승을 거두게 됩니다.

아직도 최동원의 7차전 인터뷰가 기억이 납니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입니까?' '자고 싶어요...' 어떤 승리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선수를 아직까지도 본 적이 없습니다. 무리한 투수 운용이지만 자신의 운명이라고 믿었던 그 남자가 모든 미션을 치루고 지쳐 던진 마지막 그 한마디가 가슴을 울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전 태어날 때부터 삼성 라이온즈 팬인데 최동원이라는 위대한 선수를 통해 이런 명경기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이 오히려 감사했습니다.

최동원은 위대한 선수이기도 하지만 우리 프로야구 선수협을 만드는 데 지대한 공을 올린 사람입니다. 최동원 때문에 지금의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많은 돈을 받고 선수생활을 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그리고 그의 코치시절 마지막 모습도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이미 암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봐도 아픈 얼굴로 야구장에 등장했던 그는 평생을 입에 달고 있었던 '괜찮습니다.'라는 말을 그때도 합니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그는 우리와 헤어지게 되죠.

2선발이었던 임호균과 1루수 이용철, 그리고 시대의 라이벌이었던 삼성의 김시진 투수와 라이온즈의 상징인 이만수까지. 그들의 당시 생생한 인터뷰와 더불어 임호균 선수가 제공했다던 최동원이 회식 때 불렀던 <한오백년>까지 그의 인간적인 모습도 놓치고 있지 않은 이 작품은 고 최동원을 추억하기에 너무나 적합한 다큐멘터리였습니다. 언제가 될 진 모르겠지만 선수협에 관한 그의 다큐멘터리도 만들어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