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시네마 아르떼에서 진행하는 숏버스 시리즈의 4번째는 섬뜩행입니다. 섬뜩행에선 총 4편의 단편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첫 번째 단편인 <신에게 보내는 편지>는 우등생 여고생이 겪는 심리를 다루고 있습니다. 물에 대한 공포심이 있지만 수행평가 때문에 참고 해야 하는 주인공 앞에 공부에는 관심이 없다는 전교 2등 학생은 수영도 엄청 잘 합니다. 묘한 관계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주인공은 어머니에 대한 일방적인 사랑을 갈구하지만 엄마는 그에 대한 응답이 많이 모자랍니다. 친구와 엄마의 교집합에 섬뜩함을 느끼는 주인공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두 번째 작품은 <망치>입니다. 막 임신을 한 신혼부부. 남편은 아내의 배에 못을 대고 망치질을 하는 꿈을 꿉니다. 그러다 아내의 오빠가 집으로 오면서부터 묘한 분위기 형성됩니다. 상대에 대한 믿음 혹은 불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것이 비록 꿈이지만 남편의 심리를 제대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작품은 <그랑주떼>입니다. 제목인 그랑주떼는 발레의 한 동작으로 두 다리를 공중에서 쭉 펴고 손은 마치 날갯짓을 하는 듯 한 포즈로 가장 우아한 자세라고 불리어집니다. 이 작품속의 주인공은 새로운 공연의 솔로를 맡게 되는데 그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무단한 연습에도 불구하고 이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심리묘사를 발레라는 소재를 가지고 잘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블랙스완>이 떠오르는 작품이기도 하고요.

마지막 작품은 <사마귀>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가장 맘에 들었습니다. 미래의 워킹맘이 된 주인공은 임신한지 얼마 되지 않아 배에 사마귀가 생깁니다. 큰일이라 여기지 않고 연고를 발랐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사마귀는 더 생기기까지 합니다. 병원에선 태아에게 좋지 않으니 출산 때까지 그냥 참는 수밖에 없다는 말만 남깁니다. 그리고 남편도 이 일을 큰일이라 생각지 않습니다. 출산에 대한 모든 것을 임산부 혼자 고스란히 안고 가야하는 여성의 모습에서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그리고 충격적인 엔딩은 곤충 사마귀의 본성에서 오는 이미지인데 꽤나 강렬했습니다.

숏버스의 시리즈는 각 장르에 따라 흥미로운 단편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앞으로도 극장에서 보기 힘든 단편들을 꾸준히 개봉으로 연결해 줬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