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튜 본 감독이 연출한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는 1,2편 이전의 시간으로 되돌아가 킹스맨의 탄생이야기를 다룬 프리퀄입니다.

전장을 방문한 옥스포드 공작(랄프 파인즈)는 그 자리에서 아내를 잃고 이를 바로 앞에서 목격한 아들 콘래드(해리스 딕킨슨)와 함께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시간 12년이 흐른 1914년. 1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이 되었던 사라예보 사건으로 세르비아에게 선전포고를 오스트리아. 그런데 영국, 독일, 러시아의 왕들은 사촌지간으로 묘한 관계로 엮어 있어 이 싸움에 본격적으로 참여할지 고민에 빠집니다.

한편 라스푸틴, 레닌 등을 수하로 둔 어떤 스코틀랜드 출신의 첩보 단체의 장은 라스푸틴을 통해 영국을 돕지 말라고 니콜라이2세를 설득하고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빌헴름2세도 다른 방향으로 다른 수하에게 설득당합니다. 평화주의자였던 주인공 옥스포드는 최대한 전쟁을 막거나 최소한 아들 콘래드를 전쟁에 참여시키지 않으려 합니다. 하지만 나라를 위해 전쟁에 나가려는 콘래드를 결국 막지 못하고 이후 옥스포드는 다른 방향을 통해 평화를 유지해 보려합니다.

제국주의 시대의 종말을 가져온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영화 소재로 대부분 쓰이는 게 2차 세계대전이라 오히려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오히려 신선한 느낌을 개인적으론 주더라고요. 3개국의 갈등과 이를 조정하는 참모(?)들의 역할들이 흥미로웠습니다.

역시나 이 부분의 백미는 라스푸틴과 옥스포드 부자의 대결이었습니다. 라스푸틴과의 첫 대화도 흥미롭습니다. '익히 소문은 들었습니다.'라는 옥스포드의 대사는 아마 중의적으로 쓰인 거 같은데 아마 박물관에 보관되어있다는 라스푸틴의 신체 일부분(?)에 대한 소문(?)을 언급한게 아닌가합니다. 그래서인지 웃음이 나긴 하더라고요. 이 뿐만 아니라 세 명의 잘 짜여진 액션도 좋았고 묘한 동성애 코드도 흥미로웠습니다.

킹스맨 탄생 기원에 대한 이야기로서 1차 세계대전을 모티브로 삼은 건 상당히 영리한 선택이 아닌가 싶습니다. 게다가 영화 후반부에 레닌과 함께 등장하는 누군가가 후속작에 대한 기대를 크게 만들어주기도 하고요. 가족멜로드라마적인 요소가 의외로 강한 작품인데 자칫 신파로 넘어가지 않고 그 경계를 잘 지킨 것 또한 감독의 좋은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프리퀄의 2번째 작품이 만들어질지 모르겠지만 20세기 최악의 악당이 빌런으로 등장하는 킹스맨 시리즈가 기대되는 건 어쩌면 당연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