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남 감독이 연출한 1970년 작 <서울이 좋다지만>은 한 여인의 서울 상경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삼순(최지희)는 시골로 시집을 온 여자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울에 대한 동경을 갖게 됩니다. 그녀를 짝사랑하는 칠성(박노식)은 하룻밤을 함께 보내고 그녀와의 미래를 그려보지만 삼순은 소리 소문 없이 서울로 떠납니다. 서울에서 위기에 빠진 한 여성을 구해주고 그녀의 도움으로 다방에서 일하게 됩니다. 한편 삼순을 찾기 위해 서울에 온 칠성은 삼순을 찾지만 그녀는 그동안 다른 남자와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여성의 상경기이기도 하지만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이기도 한 이 작품은 70년 당시 서울에 대한 환상을 잘 보여준 작품입니다. 분명한 목표 없이 단순히 상경한 삼순이라는 여성은 눈 감으면 코 베어 간다는 서울에서 나름 사기 같은 것을 당하지 않고 잘 살아가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제대로 고르진 못해 힘든 생활을 앞두고 있습니다. 칠성은 오직 삼순만을 바라보며 상경하지만 그녀는 등을 상태입니다.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가 여러 가지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적극적으로 둘의 관계를 막으려고 함과 동시에 삼순에게 본인의 진심을 알리려고 노력합니다.

당시 서울 모습을 러프하게 잘 보여준 영상임과 동시에 통제 잘 되지 않은 당시 촬영 현장을 보는 재미도 있는 작품입니다. 괴랄하게 옷을 입은 최지희 배우가 서울역 등 사람들이 붐비는 곳에서 롱샷으로 촬영된 장면은 일반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그녀를 특이하다 듯이 쳐다봅니다. 또한 박노식 배우의 서울 첫 등장도 그러한데 일반적으론 당연히 ng쇼트가 되어야 할 장면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장면처럼 보이는 아이러니한 촬영이 되고 있습니다.

두 배우의 존재감이 확실한 작품입니다. 시골 청년의 모습을 잘 보여준 박노식 배우와 서울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 찬 시골 처녀의 모습을 영화는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당시 작품들의 공통점이기도 한데 악역 캐릭터가 엔딩에 다다르면 깊은 반성과 동시에 주인공에게 무언가를 베푸는 형식이라는 점이 좀 아쉽더라고요. 현재 중국 영화시장을 보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당시엔 창작의 자유가 제한적이라 그랬을 것 같습니다. 그 대단한 <하녀>와 <삼포 가는 길>도 뜬금없이 엔딩에 사족이 붙기도 하니까 그런 점은 떼어놓고 영화를 봐야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조연을 가리지 않고 이국적인 외모와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최지희 배우 추모전에서 관람한 첫 주연작이었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다양한 색깔을 보여주는 배우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