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무네카타 자매들]을 보고(스포)

오즈 야스지로 감독이 연출한 1950년 작 <무네카타 자매들>은 전혀 성향이 다른 두 자매의 모습에 오는 차이를 통한 드라마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언니 세츠코(다나카 가누요)는 위암에 걸린 아버지, 그리고 보수적인 자신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동생, 마리코(다카미네 히데코)가 곁에 있습니다. 세츠코는 현재의 남편인 미무라로 결혼하기 전 진정으로 사랑했던 히로시가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면서 미무라와의 불행한 결혼생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유학에서 돌아온 히로시는 세츠코의 아버지가 계신 교토에서 조금 떨어진 오사카에서 바를 하며 지내는 세츠코 자매를 대신해서 문안을 드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실업자인 미무라 그리고 서서히 운영이 어려워진 바. 그리고 돌아온 사랑하는 히로시로 인해 세츠코는 혼란스럽습니다. 심지어 어려워진 바의 자금을 히로시가 빌려주는 바람에 미무라와의 갈등은 점점 더 짙어집니다. 여기에 마리코는 히로시와 잦은 만남을 통해 언니 세츠코와 재결합을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가부장적인 당시에 사회상에서 두 여성이 한 가족을 어떻게 유지하고 지탱하려는 지를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영화 자체는 40~50년대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대 때의 영화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히로시 사무실 장면이나 세츠코의 바 장면 등이 그러한 분위기를 내고 있습니다.

이야기도 그러하지만 캐릭터를 보는 맛이 있는 작품이었는데요. 단연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마리코였습니다. 개인적으로 팬이기도 하지만 다카미네 히데코가 나루세 미키오 감독 작품에서 보여줬던 잔상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보니 더 흥미롭더라고요. 나루세 감독 작품에선 좀 더 카리스마가 넘치는 인물이라면 이 작품에선 귀여운 모습이 좀 더 부각되는 모습이었습니다. 거기에다 리버럴한 모습도 더해지는 더욱 더 매력적인 캐릭터가 되었고요.

또 눈길이 갔던 인물은 미무라였습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피해주는 주는 민폐 캐릭터인데요. 20세기 초반 일본 사소설의 주인공 느낌이 물씬 드는 인물이었습니다. 허무주의에 빠져있다고 할까요? <인간실격>의 '요조'가 개인적으로 떠오르는 인물이었습니다. 사실 요조보다 좀 더 염세적인 인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전 봤던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작품이었습니다. 가족 구성원이라는 테두리가 좀 더 확장되었지만 인물은 오히려 줄어들었습니다. <동경이야기> 등의 다른 작품들처럼 부녀의 이야기가 있긴 하지만 이 작품에선 자매들 간의 이야기와 더불어 세 남녀의 관계를 통한 멜로적인 분위기가 좀 더 강조된 작품입니다. 오즈의 영화세계에서 또 다른 포인트가 되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