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축복의 집]을 보고(스포)

박희권 감독이 연출한 <축복의 집>은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처럼 제목과는 전혀 다른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그야말로 하루 종일 일을 하는 해수. 아침에는 공장에서 저녁에는 식당에서 일하는 해수(안소요)는 다른 먼 동네의 의사에게서 시체검안서를 발급 받습니다. 무언가 수상쩍은 그녀의 행동 뒤에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형사입니다. 형사의 차를 타고 자신의 집으로 향하는 해수. 그 동네는 대부분이 철거 상태인 재개발 지역입니다. 한참 형사와 대화를 나누던 해수는 안방에 죽어있는 어머니를 형사에게 보여주고 형사는 시체를 촬영합니다.

그리고 이어진 어머니의 장례식. 잠적했던 남동생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수 앞에 보험회사 직원이 와 이거저거 질문을 합니다. 아마도 자살을 의심하는 질문. 그리고 무언가를 숨기는 해수의 모습. 보험사직원이 장례식장을 떠나고 해수는 무언가 떠올리면 집으로 돌아갑니다. 다시 아까 형사와 만나 어떤 서류에 사인을 하게 됩니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20대 초반의 여성이 짊어져야 하는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작품입니다. 해수는 이 지옥 같은 세상을 견디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것이 부정하다는 것은 본인도 알고 있지만 그야말로 '생존'하기 위해 그녀는 잘못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이 나라를 살아가는 '어른'이라는 존재가 유도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돈에 의해 돌아가는 이 세상에서 해수가 살아가는 방법은 이것 밖에 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독특한 점 중에 하나는 주인공 해수의 첫 대사가 영화의 1/3 지점이 되어야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남동생을 만나기 전까지 장애가 있는 인물인가라는 착각을 했을 정도입니다. 듣기는 하지만 '실어증'에 걸린 인물로요. 하지만 남동생에게 어머니의 부고 소식을 알릴 때 일갈하는 목소리는 조금 충격적이었습니다. 예상 밖의 상황이라서 더욱 더 그렇게 느껴진 것 같습니다.

무거운 소재의 작품이지만 영화 후반부의 긴장감 넘치는 연출이 가미된 작품입니다. 해수가 무언가를 숨기고 전달하는 과정이 흥미로웠습니다. 좀 더 장르적으로 갔다면 아마도 보험사직원과의 추격전(?) 같은 장면이 들어갔을 것 같은데 이 작품의 전체적인 톤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연출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해수에게 과연 재개발 지역의 바로 그 집이 '축복의 집'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과거에서 이어져 현재까진 그렇지 못한 것임엔 분명합니다. 다만 생존을 위한 발판으로서는 '축복의 집'이 될수도 있겠지만 이런 상황의 놓인 것 자체에 '축복'이란 단어가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