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철수 감독이 연출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70년대 북한의 사단장 사택에서 일어나는 두 남녀의 로맨스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주인공 무광은 고향에 아내와 아이를 남겨두고 입대한 상황입니다. 5년 안에 반드시 간부로 승진하겠다는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는 무던히 노력을 합니다. 그리고 그 출세의 길이 될 수 있는 사단장의 사택에서 근무하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무광(연우진)은 부대 바로 옆에 위치하고 있는 사단장 사택에서 취사병으로 근무를 시작합니다. 사단장(조성하)이 작전을 위해 오랫동안 집을 비운 사이 무광은 사단장 아내, 수련(지안)만이 남아있는 집에서 출퇴근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무광은 사단장이 끔찍이 아끼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문구가 쓰인 심볼이 제 위치에 있지 않아 찾는데 알고 보니 수련이 일부러 위치를 바꾸어 놓은 것입니다. 그녀는 앞으로 그것이 제 위치에 있지 않을 때 2층으로 올라오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그리고 그것은 무광을 유혹하기 위한 수단이 됩니다. 이를 눈치 챈 무광이 거부하려고 하지만 결국 그녀의 유혹에 넘어가게 되고 둘은 금지된 육체의 탐닉과 그를 넘어선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은밀하게 위대하게>등 논란의 작품과 흥행작을 내놓은 장철수 감독이 만든 9년 만에 신작입니다. 원작 소설이 있는 작품이라고 들었는데 작품의 오프닝과 엔딩에서 아마도 그 소설에 쓰인 문구가 사용된 것 같습니다.

신분을 넘고 금지된 사랑을 담은 작품들은 많이 있습니다. 특히 고전 작품들에서 이런 이야기를 많이 본 것 같습니다. 무광의 첫 번째 목표는 입신양명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수련과의 관계가 깊어지면서 이는 밀려나게 되고 그녀와의 사랑이 첫 번째 옵션이 됩니다. 이를 표현하는 두 사람의 액션이 후반부에 등장하기도 합니다.

방금 언급한 것처럼 두 주인공의 로맨스는 무겁게만 표현하고 있진 않습니다. 마치 처음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감독의 연출에 있어서 좀 아쉬운 부분이 많은 작품이었습니다. 처음 무광이 수련의 침실에서 그녀의 몸을 훔쳐볼 때 찐빵과 그녀의 신체를 교차 편집하는 장면이나 알 수 없는 시점샷들이 몰입에 큰 방해를 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라면 굳이 북한을 배경으로 하는데 왜 사투리를 사용하지 않은가에 대한 의문이 들것입니다. 모든 인물들이 서울말을 쓰고 단지 '동지'라는 단어만 지속적으로 쓰면서 군복과 그 단어로 이곳은 북한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려고 합니다. 왜 배경이 '북한'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은 영화 끝까지 남습니다. 70년대 냉전의 절정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작품이라 그 곳을 배경으로 한 것이라면 좀 더 적극적이고 납득이 될 만한 이유가 있어야 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꽤 수위가 높은 작품입니다. 두 주인공의 배드신이 거의 액션 장면처럼 러프하고 분량도 엄청 많고요. 영화의 러닝타임이 2시간 훌쩍 넘는데 에로티시즘을 표방한 작품이라도 좀 더 이야기의 더께나 개연성에 조금 양보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네요. 여러 모로 조금 아쉬운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