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연출한 <문폴>은 그의 전공(?)인 SF액션과 지구멸망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만든 작품입니다.

위성의 수리를 위해 우주로 떠난 파울러(할리 베리)와 브라이언(패트릭 윌슨)은 괴생물체(?)에게 습격을 당하면서 파울러는 정신을 잃고 브라이언은 다른 동료를 그 자리에서 잃게 됩니다. 브라이언은 다행히 지구로 돌아와 증언을 하지만 사람들은 믿지 않습니다. 실망감에 브라이언은 NASA를 나오고 더 이상 우주비행사로서의 일도 하지 않습니다.

시간은 거의 20년이 흘렀고 브라이언은 우주박물관 같은 곳에서 안내하는 일을 하고 있고 아내와도 이혼을 했습니다. 파울러는 그 동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요. 그런데 자칭 박사, 우주 덕후인 KC(존 브래들리)가 달이 궤도를 이탈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이를 브라이언에게 알립니다. 첨엔 믿지 못했던 브라이언이지만 지구의 이상 현상을 보면서 그의 가설을 믿게 되고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떠난 우주비행사들이 20년 전 브라이언이 당했던 일을 그대로 겪게 됩니다. 이를 확인한 파울러는 브라이언을 다시 NASA로 불러들여 이 위기를 막아보려 합니다.

<인디펜더스 데이><투모로우><2012>등 일관성 있는 작품을 보여줬던 에머리히의 신작인 <문폴>은 지구 멸망이라는 위기에서 인간이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캐릭터와 이야기 모두 전형성이 짙은 작품입니다. 사실 에머리히에게 이를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새로운 볼거리가 아마도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130분이라는 러닝타임이 과연 필요했을지 모를 정도로 이야기가 촘촘하지 않고 장황해 보입니다. 하지만 후반부 달에 도착한 세 명이 보는 달의 이미지는 정말 새로웠습니다. 여태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상상력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딱 여기까지였습니다. 주인공의 이후 액션과 상황이 너무나 예상대로 흘러가서 긴장감이 떨어지더라고요.

이런 장르에서 배우의 연기력은 사실 다른 장르의 작품보다는 비중이나 중요성이 적을 것 같긴 하지만 파울러의 전 남편으로 등장하는 군인 역의 배우는 등장할 때마다 감정이입을 깨트릴 정도로 심각한 연기력을 보여주더라고요. 사실 외국어 대사를 보고 들으면서 연기력에 대한 판단하긴 쉽지 않은데 이 배우는 역대급 발연기였습니다.

아무튼 이번 작품에서도 롤랜드 에머리히는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고스란히 보여줬습니다. 다르게 보면 일관성 하나는 인정해줘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엔 어느 곳을 배경으로 어떤 이미지를 보여줄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