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코로나 시대는 영화소비지형도까지 바꿔놓았다-feat 아카데미

원본출처 : https://blog.naver.com/rdgcwg/222689584541 

이번 아카데미는 시상식은 영화산업 전반적으로 많은 생각할 거리를 가져다 줬습니다. 뭐, '윌 스미스'의 싸다구 한방으로 '영화제'라는 의미가 많이 희석되고 다른쪽으로 회자가 많이되긴 했지만 말이죠. 오늘은 영화제에서 화제가 되었던 행동이나 말, 수상 등에 관한 내용은 이미 많은 분들께서 아실테니 다른 이야기를 좀 해보려합니다.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보여줬던 영화와 수상들은 과연 영화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한 사견을 달아보겠습니다.

먼저 '아카데미'의 의미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재작년 아카데미 시상식의 가장 빛난 별 중의 한명이었던 봉준호 감독은 수상직전 인터뷰에서 "한국영화는 지난 20년 동안 큰 영향을 미쳤음에도 왜 단 한작품도 오스카 후보에 오르지 못했냐"는 질문에 "오스카는 로컬(지역 시상식)이기 때문"이라고 답했죠. 저는 이 말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직후에도 상당히 화제가 되었는데 '로컬'이라는 단어를 보고 '팩폭'했다는 의견이 많았죠. 여기에는 아카데미가 보통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를린, 베니스, 칸'과 다른 성격의 미국자체 내에서의 시상식이라는 뜻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맞는 말입니다.

헐리우드 영화는 규모적으로 볼 때 전 세계 영화시장에서 2위인 중국시장을 제외하면 나머지 시장을 모두 합한 것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2019년 기준) 즉, 영화시장을 미국과 중국이 거의 양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중국은 거의 대부분의 매출이 자국내에서 나온다는 측면을 염두한다면 미국의 절대1강 체제라는 점이죠. 다시 한번 '아카데미'가 '로컬'일까라는 질문을 생각해보면 절대 그렇지만도 않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미국영화는 자국 뿐만 아니라 세계 거의 모든 나라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을 뿐만 아니라 영화 외의 스타, 배급망, 캐릭터나 음악을 비롯한 2차 산업구조까지 깊게 손을 뻗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아카데미는 세계 곳곳에서 오히려 작품성 위주나 마켓의 성격을 갖는 여타 해외 영화제보다 많은 관심과 인기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시청률도 비례하고 있습니다. 이는 영화가 누구나가 즐길 수 있는 대중문화로서의 입지를 가지고 있는 한 상업영화로서의 매리트가 큰 미국시장이 세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이 앞으로도 유지될 것 같네요. 그에 따라 아카데미 시상식 역시 한 해의 가장 영향력있었던 영화에 대해 생각해보고 어떤 방향으로 영화가 흘러왔는지에 대해 가늠해볼 수 있다고 생각되네요.

이런 면에서 최근 몇 년간 아카데미는 상당히 많은 변화들을 겪고 있습니다. 변화의 중심에는 전통적으로 지켜오던 자국 중심주의에서 점차 범세계적으로 넒어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과연 영화적으로 잘 만들었다는 이유만으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나 윤여정배우의 '미나리'가 수상했을까요? 전 영화적 완성도가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최근 할리우드 영화들을 보면 헐리우드 영화들의 PC(정치적 올바름. 여기서는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이름으로 영화적 완성도와는 별개로 캐스팅이나 내용을 맞춰간다는 의미로도 쓰겠습니다.)의 영향이 짙게 배어있습니다. 특히 과거에는 백인위주의 영화에서 흑인이나 백인 그리고 유럽이나 남미 등의 히스패닉 계열의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였다면 현대에는 아시아인들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단순 '샹치 텐링즈의 전설'과 같은 아시아인 최초의 히어로 무비뿐만 아니라 수많은 영화에서 감초처럼 아시아인들이 등장하고 있죠. (정작 웃긴건 샹치는 중국에 수출금지당했었다는...ㅋㅋ) 물론 이런 현상이 현재까지 무조건적인 긍정적인 현상만으로 보이진 않죠. (아~~스타워즈 쉬파...) 그럼에도 불구하고 PC현상은 가속화될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 부분이 관객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될 것 같네요.

올해의 아카데미에서는 여전한 히어로 무비사랑과 안전한 속편제작이 강세를 띈 가운데 의외로 음악영화들이 많아졌습니다. 합창단을 소재로 한 코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뮤지컬 영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 디즈니의 뮤지컬 애니메이션 엔칸토: 마법의 세계, 실화를 바탕으로 한 틱틱 붐! 그리고 뮤지컬과 퍼포먼스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타는 크루엘라까지 다양한 음악을 다룬 영화들이 많았고 비록 아카데미에 입성하지는 못했지만 '싱2게더'나 '아네트' 등 같은 좋은 음악영화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여성관객들의 꾸준한 증가와 고만고만한 액션영화나 히어로물에 대한 대안 등이 아닐까 하네요.

사실 몇 년 전부터 영화시장의 가장 큰 변화는 OTT시장이겠죠. 미국에서는 이미 몇 해 전부터 자국에서 강세인 OTT영화들까지 시상식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특히 몇 년째 작품상에 뛰어들고 있는 넷플릭스를 제치고 올해 참전했던 애플은 '코다'로 작품상을 포함 3개부분에서 수상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영화계에 시사하는 바가 상당히 큰데 극장에서 봐야하는 영화의 전통적 관념이 깨지는 순간이자 OTT플랫폼이 영화계의 실질적 주류시장으로의 편입을 인정하게 되는 영화사에 남을 하나의 기념비적 사건이 아닐까 하네요. 이미 수상이전에 매년 꾸준히 시상식에 초대되는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OTT플랫폼들의 수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 앞으로 영화계의 변화는 가속화 될 전망입니다. 글쎄요, 코로나 시대가 끝나면 또 어떤 풍경으로 남을지는 모르겠지만 OTT시장은 이미 개봉된 영화들까지 빠르게 편입하면서 확장세가 만만치 않죠.

또 한가지 올해 신설된 인기상 (정확하게는 '팬 페이버릿')을 보며 드는 생각은 '영화제' 자체에 대한 생각입니다. 이 상이 만들어진 이유가 갈수록 떨어지는 시청률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영화제와 영화의 인기는 비례하지 않기에 영화제의 인기하락은 (올해는 '윌 스미스'가 열일하긴 했지만 영화때문은 아니니...) 조금 다른 의미가 있지 않나 싶네요. 그냥 '영화제'가 다양한 이유로 우리가 사랑했던 혹은 우리에게 사랑받은 '영화'를 보여주는 자리에서 지금은 그냥 '영화'를 이유로 하나의 즐길거리인 '쑈'가 되어가는 느낌이네요.

코로나가 사그러지면서 미뤄왔던 대작영화들은 점차 기지개를 펴고 극장가도 활력을 띄어가고 있습니다. 아마 시간이 지날수록 더 좋아지겠죠. 그렇다고 코로나 시국을 틈타 성장한 OTT시장도 쉽게 빼앗은 왕좌의 위치를 빼앗기지 않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입장에서는 행복한 고민이 시작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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