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익, 서태수 감독이 공동 연출한 <복지식당>은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인물이 잘못된 등급을 받아 이를 갱신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사고로 인해 장애인이 된 재기(조민상)는 홀로 거동이 힘들 정도입니다. 누나가 그를 케어하고 있지만 너무 힘에 붙입니다. 장애 등급 심사에서 높은 등급을 받아야 그나마 희망이 보이는 상황에서 재기는 5등급을 받고 맙니다. 3급 이상이 되어야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재기는 같은 병실을 쓰고 있었던 환우의 지인인 병호(임호준)의 도움으로 인해 혜택을 조금씩 받을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병호는 도움을 주는 반면 금전적으로 이득을 취하고 심지어 재기의 누나까지 노리는 상황에 놓입니다. 재기는 병호의 뜻을 거역하려고 하지만 그는 '이 세계'에서 엄청난 권력을 갖고 있는 사람입니다. 재기는 그래도 마지막 희망인 등급 재심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승소하지 못하게 되면서 더 이상의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두 다리가 멀쩡한 사람은 2등급을 받고 재기 캐릭터는 두 걸음 이상 걸을수 없고 한 쪽 손마저 불편한 몸인데도 5등급을 받습니다. 정확한 기준이 없는 등급 심사가 일단 심각한 문제가 되어 보입니다. 아마 실제에서도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주인공이 3등급 이상을 받아야 되는 이유 중 하나인 장콜(장애인 콜택시)에 대한 혜택인데 이는 재기의 입장에선 치명적입니다. 어딜 이동하든 장콜이 꼭 필요한데 장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3등급이 안 되면 부담금이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장애인 복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는 반면 이 작품이 그 동안 장애인을 다룬 다른 작품들과 차별성이 있는 것은 역대급 빌런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앞서도 언급한 병호라는 캐릭터인데요. 장애인 복지 시스템을 너무나 영악하게 이용하고 심지어 카르텔을 이루어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재기같은 인물은 손쉽게 내쳐버릴 수 있는 권력을 갖고 있습니다. 전 이 인물을 마지막에 휠체어에서 벌떡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 만큼 악역으로서의 캐릭터를 잘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사회적인 문제제기와 함께 영화적인 재미도 함께 보여주는 이 작품은 여러모로 꼭 한 번 볼 만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