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쓰리: 아직 끝나지 않았다]를 보고(스포)

박 루슬란 감독이 연출한 <쓰리: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끔직한 연쇄살인마를 수사하는 시닙 수사관의 이야기입니다.

79년 소련의 카자흐스탄. 수사팀에 합류하게 된 신입 형사 '셰르'는 작은 마을을 혼란에 빠뜨리는 연쇄 살인마를 뒤쫓게 됩니다. 끔찍한 수법의 이 살인마를 찾기 위해 위한 셰르의 수사팀은 마을 주변에 샅샅이 뒤지지만 살인마의 정체는 의외로 간단히 끝나버립니다. 살인마가 술자리에서 여자의 목을 잘라 전시하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가 영화의 전반부라고 하면 후반부엔 셰르와 함께 사는 친누나의 실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애초부터 동생이 형사가 되는 걸 반대할 정도로 동생을 끔찍히 아끼는 누나인데 심한 간섭으로 인한 동생과의 갈등 후 집을 잠시 나가는데 돌아오지 않습니다. 셰르는 수사 도중 다친 몸을 이끌고 누나를 찾아다니고 이전에 사건 때문에 인터뷰를 했던 마을의 남매 집을 수사팀은 다시 방문합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수사팀은 숨어있던 살인마를 찾아냅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조금은 흔할 수 있는 연쇄살인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시대와 이 지역을 고려해본다면 조금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고 감독은 이것을 후반부에 본격적으로 이야기합니다. 살인마를 검거한 후 수사팀은 해체됩니다. 다친 몸 때문에 이 소식을 늦게 알았던 셰르를 혼란에 빠집니다.

왜냐면 내년, 그러니까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 대한 이미지 쇄신을 위해 본국에선 이런 '미친 살인마'의 존재를 타국에 알려지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나 냉전시대가 여전했던 그 당시엔 더욱 더 그러했을 것입니다. 이를 은폐하기 위해 아예 수사팀을 공중분해 시켜 버린 것입니다. 직업인으로서 그들은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했는데 결과가 이렇게 되어버린 겁니다. 그리고 살인마는 교도소가 아니라 정신병원으로 들어가게 되고요. 하지만 영화가 여기서 끝나면 관객들은 엄청 답답할 것입니다. 고맙게도 살인마는 병원을 탈출합니다. 그리고 결말을 예상대로 흘러가고요.

10년전에 개봉한 <하나안>을 연출한 박 루슬란 감독의 신작입니다. 우리에겐 조금은 낯선 나라인 카자흐스탄을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배경, 배우 등 모든 것이 낯선 이 작품은 엄청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 앞선 단점들을 상쇄시킵니다. 무시무시한 살인마는 캐릭터적으론 조금 아쉬울지 몰라도 그가 벌이는 살인의 행각은 엄청납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캐릭터는 수사팀장이었습니다. 평범해 보이는 동네 아저씨 느낌의 캐릭터였는데 순간순간 보이는 카리스마와 리더로서의 침착함이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설정은 주인공 남매와 살인마 남매의 대비입니다. 동생을 끔찍이 아끼는 두 누나이고 어떤 방식이로든 동생을 보호해주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선을 넘어선 관심은 동생과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비슷한 듯 다른 두 남매의 대비가 꽤나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