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연 감독이 연출한 <앵커>는 방송국 9시 뉴스 앵커가 제보전화의 사건 현장을 직접 취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방송국 간판 앵커인 세라(천우희)는 생방송 직전에 걸려온 제보전화를 봤지만 장난 전화로 치부하고 방송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뭔가 찝찝한 마음과 어머니인 소정(이혜영)의 말 한마디에 사건 현장을 직접 찾아갑니다. 그곳엔 얼마 전에 통화했던 여성과 그녀의 아이가 싸늘한 시체로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이후 세라는 사망한 제보자의 모습이 시시때때로 눈앞에 환영으로 등장하면서 힘겨운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던 와중 제보자의 주치의였던 인호(신하균)을 사건 현장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고 제보자의 이전 상황을 듣게 됩니다. 그런데 인호의 전 환자들도 이번 환자와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된 세라는 인호를 조금씩 의심하게 됩니다. 그와 동시에 세라는 인호에게 좀 더 접근하기 위해 환자로서 심리치료를 받지만 뉴스 진행을 어려울 정도로 정신적인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결국 앵커자리도 후배에게 빼앗기게 됩니다.

본격적인 심리 스릴러 장르물입니다. 자리를 지키려하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죠. <이브의 모든 것>등의 작품을 떠올리면서 이 작품을 보았지만 중후반엔 전혀 전개로 이야기가 흘러나갔습니다. 캐릭터들 간의 자리를 걸고 벌어지는 사건이 아니라 한 특정 사건을 통해 주인공의 심리가 어떻게 변해가고 또한 주인공의 전사가 그 심리적인 문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줍니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에서 두 모자의 관계 설정과 비슷한 듯 다른 콘셉트를 이 영화는 가지고 있습니다. 도준이 엄마와의 어릴 때 기억을 상기시키는 장면이 이 작품 속에서 결정적인 모녀관계의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후반에 엄청난 사건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주인공의 연기가 무척 중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감독의 연출이 치밀하게 구성된 이후에 따라와야 하는 요소이지만 잘 만들어진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는 것이 이런 장르에서 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천우희 배우의 연기 자체에 문제가 있기보다는 국내 여배우들이 앵커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경우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왔는데 이번 작품에서도 그런 느낌이 없지 않았습니다. 뉴스를 진행하기 전후 상황은 큰 이질감이 없는 아나운싱을 하는 동안의 모습은 조금 아쉽더라고요.

장르영화로서의 재미는 충분한 작품이었습니다. 모녀 관계를 통해 벌이는 스릴러적인 구성이 인상적이었고 후반부 사건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만들어진 긴장감도 꽤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