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원 감독이 연출한 <집에서, 집으로>는 한국을 떠난 지 44년이 된 입양인이 자신을 보살펴 준 부부를 찾아오는 이야기입니다.

70년대 서해의 덕적도라는 작은 섬에는 서재송, 인현애 부부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신부님과 함께 부모를 잃어버리거나 홀로가 된 아이들을 돌봐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대가족을 이루면서 살아가는 이 가족은 입양자가 나타날 때까지 아이들을 돌보아줍니다. 그 중 한 명이 김명희(애나)입니다. 그녀는 한국을 떠난지 40여년이 되었지만 두 분을 보자마자 한국말로 인사를 건넵니다.

자신의 좋은 추억이 서려있는 덕적도에서 함께 보내면서 자신이 미국으로 입양 갔을 때 안 좋았던 기억을 인터뷰 형식으로 말합니다. 물론 엄마, 아빠라고 부르는 서재송, 인현애 두 분에겐 말하지 않고요. 아무튼 이젠 몸이 많이 쇄약하진 두 분을 대신해서 농사일을 해둡니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이 됩니다. 그녀도 미국에서 가정을 이루고 4명의 자식까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명희는 코로나 때문에 2주의 자가 격리를 거치고 두 분을 만나러 오지만 이전과 같지 않은 두 분의 몸 상태 때문에 특히 인현애님의 상태가 너무 안 좋아 걱정을 합니다.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것은 입양시설에서 좋은 기억을 안고 사는 입양아, 그리고 그 입양아가 커서 부모를 찾기 위한 자료를 아카이빙 해 놓은 서재송님의 노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방 한켠의 모든 아이들의 자료들을 일일이 정리 해 두었는데 영화 속에서 이 자료 덕분에 부모님을 찾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정작 국가에서 해야 될 일을 개인이 한 것이죠. 이 정도의 일을 한 분과 같이 살았던 아이들이라면 당연히 사랑을 받고 생활을 했을 겁니다. 그러니까 40년이 지나서도 이 분들을 잊지 않고 찾아오는 거겠죠.

입양을 다룬 많은 작품을 봤지만 이런 인물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큐멘터리든 극영화이든 모두 우울한 정서가 대부분을 지배하고 있는데 이 작품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애나의 경우, 아픈 과거가 있긴 하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또 다른 행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숨겨진 훌륭한 분들이 좀 더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 드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