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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오디아르 감독이 연출하고 셀린 시아마 감독이 각본을 함께 쓴 <파리, 13구>는 파리의 아시아 타운인 13구 지역을 배경으로 하는 멜로드라마입니다.
할머니의 집에서 살면서 룸메이트를 구하는 텔레마케터 에밀리(루시 장)는 집을 구하러 온 카미유(마키타 삼바)와 불같은 하룻밤을 구하지만 점점 둘의 관계는 식어가고 심지어 카미유는 학교 동료와 집에서 잠자리를 함께 하기도 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에밀리는 불미스러운 일로 직장에서 해고당하게 됩니다. 카미유는 에밀리와의 관계가 너무 불편해지자 집을 나가려고 하고 에밀리는 카미유의 월세 때문이라도 그를 붙잡아야 하는 상황에 놓입니다.
한편 부동산 중개업을 하다가 대학에 다시 들어온 30대 초반의 노라(노에미 메를랑)는 파티 날 쓰고 간 금발가발 때문에 성인방송bj인 앰버 스위트(제니 베스)로 오해받게 됩니다. 하지만 대학 내에 소문은 삽시간에 퍼지고 그녀는 해명도 하지 않고 수업에 나가지 않습니다. 학교를 잠시 쉬게 된 노라는 일자리를 구하러 부동산 중개인 자리를 알아보는 데 친구 대신 사무실을 맞고 있는 카미유에게 면접을 보고 함께 일하게 됩니다. 카미유의 눈빛을 거부하던 노라는 점점 더 그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러던 와중 노라는 자신과 똑같이 생겼다고 하는 성인방송bj를 찾게 되고 그녀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 동안의 일을 이야기해줍니다. 쿵짝이 잘 맞는 둘은 영상통화를 하는 사이가 되고 노라는 카미유와의 함께하는 시간이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1,2 부로 구성된 작품이지만 확실한 연결 고리를 갖고 있는 이야기 구조입니다. 카미유를 중심으로 관계가 이어지긴 한데 후반부에 등장하는 앰버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네 캐릭터는 전혀 다른 사랑에 대한 관념을 갖고 있는 인물입니다. 적극적이고 육체적인 것을 우선하는 에밀리. 사랑 자체를 두려워하는 노라, 사랑을 일종의 놀이 혹은 스트레스 해소라고 생각하는 카미유. 사랑(성)을 파는 앰버. 서로 다른 인물들이지만 결국 서로의 조각을 잘 찾아가는 과정을 이 영화는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특히 진정한 사랑을 만났을 떄 노라는 마치 스탕달 신드롬을 겪는 사람처럼 쓰러집니다.
파리, 13구라는 지역이 아시아 타운이라고 하는데 영화 속에서 인물과 적극적으로 어우러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에밀리가 대만계 프랑스인으로 등장하고 그녀가 후반에 일하는 곳이 중식 식당이긴 합니다. 저는 그 보다도 지상 전철과 평온해 보이는 공원 등의 파리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이 인물들의 로맨스와 잘 어우러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또한 이를 더 입체감 있게 만들어주는 음악이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트랜디한 전자음이 시종일관 영화를 지배하는데요.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너무 잘 어울리더라고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이후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 받는 해외 감독 중의 한 명인 셀린 시아마가 함께 각본을 쓴 작품이라 궁금했고 또한 최애하는 영화 중 한 편인 <예언자>의 연출자인 자크 오디아르의 연출자이라 더욱 더 기대한 작품입니다. 오디아르의 멜로드라마는 처음으로 본 것인데 언제나 그랬듯 이번 작품에서도 효과적인 음악사용을 통해 멜로 장르를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그의 멜로드라마를 한 번 더 만나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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