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봉주 감독이 연출한 <안녕하세요>는 세상을 더 이상 살아가기 힘들어하는 여고생이 호스피스 병동에서 생활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부모님 없이 시설에서 커 온 수미(김환희)는 어른들이 자신에게 행하는 행동과 학교생활로 인해 더 이상 삶을 살아가기 힘들다고 판단하며 스스로 한강 다리에서 목숨을 끊으려고 합니다. 그 순간 서진(유선)이 이를 목격하고 수미를 말립니다. 수미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서진을 닦달하는데 서진은 오히려 그렇다면 죽는 법을 알려주겠다며 다음 날 수미를 데리고 호스피스 병동으로 갑니다.

서진은 다름 아니라 이 호스피스 병원에서 근무하는 수간호사였습니다. 서진은 다짜고짜 수미에게 일을 시키고 환자 중 한 명인 인수(이순재)에게 한글을 가르치라고 합니다. 또한 시설을 나온 수미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 함께 살기도 합니다. 서진에게도 딸아이가 한 명 있는데 딸 방엔 절대 들어가기 말라고 합니다.

그렇게 시작된 호스피스 병동 생활은 죽는 법을 알려주겠다고 한 서진의 말과는 달리 오히려 세상이 밝아 보이고 삶에 대한 희망을 수미는 하나씩 알게 됩니다.

영화의 분위기는 <7번방의 선물>처럼 공간에서 느끼는 선입견을 역전시키고 있습니다. 이 호스피스 병동은 어느 단체 혹은 공간보다도 밝습니다. 밝은 면만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에 주인공 캐릭터 또한 편견에 대한 역전 상황이 오니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감정이 변하게 됩니다. 단지 이 변화가 너무 급작스럽게 바뀐다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합니다. 왜냐하면 수미가 겪은 시설과 외부 사회에서의 고통과 수난이 너무 쉽게 잊히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중요한 대사 중 하나가 '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죽는 것도 중요하다'라는 대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엔딩에서 그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제 막 인생을 시작하는 주인공에게 그리고 유사 가족을 형성하는 모습에서 이 대사가 갖는 의미를 더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환희 배우가 성인이 되어 첫 주연을 맡은 작품입니다. <곡성>에서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내고 있습니다. 물론 그 만큼 물리적으로 성장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유선 배우와 마치 모녀처럼 관계를 이루어 호스피스 병동 환자들과 나쁘지 않은 케미스트리를 보여줍니다.

조금은 판타지적인 콘셉트가 강한 작품이긴 하지만 희망적인 메시지와 함께 능숙한 배우들의 연기를 보는 재미가 있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