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록밤]을 보고(스포)

윤서진 감독이 연출한 <초록밤>은 한 가족이 장례식을 지내고 이전과 이후에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입니다.

사회복지사 일하는 원형(강길우)는 아버지(이태훈)와 어머니(김민경)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에겐 8년째 연애중인 연인도 있고요. 각자의 일을 각자의 자리에서 해나가는 이들은 원형의 할아버지의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리고 원형의 가족은 할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룹니다. 썩 관계가 좋아 보이지 않는 원형의 고모 두 명도 함께 하는데요. 고모들 끼리 머리채를 붙잡으면서 싸울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장례식을 끝내고 이들은 여관방을 잡고 부의금을 나누고 헤어집니다. 수년 만에 만난 이들의 관계는 딱 이정도이죠.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고모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할아버지의 시골집을 어떻게 처리할거냐고 묻습니다. 원형의 가족은 할아버지의 집을 방문하고 아직까지 그 집에 남아있는 할아버지의 동반자가 있는 것을 확인합니다. 어머니는 그녀에게 조용히 떠나줄 것을 부탁하고 집문서 등 각종 문서를 다음 날 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다음 날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원형의 가족은 다시 한 번 충격에 빠집니다.

<초록밤>은 분명하고 심플한 스토리가 있는 작품이지만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이미지와 그 이미지와 충돌하는 캐릭터에 주목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어찌 보면 흔하디흔한 가족 관계를 볼 수 있는 작품인데요. 아파트 수위로 일하는 아버지는 영화의 시작에서 고양이가 철봉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그 시체는 땅 속에 묻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스스로가 올가미에 목을 집어넣습니다. 죽음으로 이어지진 않지만 그에 이런 행동이 뭔가 이해가 갑니다.

영화의 전개되는 동안 그는 한 번도 웃지 않습니다. 그리고 줄담배만 피워대죠.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어머니는 흔히 말하는 바가지로 일관합니다. 잔소리를 들을만한 행동을 아버지가 시종일관합니다. 그리고 아들 원형은 그냥 방관합니다. 그렇다고 이 방관을 비난할 수 없습니다. 아마도 수십 년간 이 모습을 봐 왔겠죠. 원형은 연인과 언제 결혼할지 모릅니다. 거의 사실혼 관계인데 아마도 부모님의 모습에서 쉽게 결정할 수 없겠죠.

제목처럼 숲과 나무가 울창한 밤 장면이 많은 작품입니다. 은근히 조명을 그렇게 쓴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조금 직접적인 녹색의 향연이긴 합니다. 이런 점이 감독의 지향성을 알 수도 있지만 좀 더 세련된 은유로 표현되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번 작품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다음 작품도 또 다른 소재의 영화로 기대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