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니 루소, 조 루소 감독이 공동 연출한 <그레이 맨>은 마크 그리니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스파이물입니다.

아버지를 살해한 이유로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한 남자는 피츠(빌리 밥 쏜튼)라는 정보국요원에게 세상으로 나오게 해주는 대신 자신과 함께 일을 하자고 제안합니다. 더 이상 감옥살이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남자는 이를 수락하고 10여년의 세월이 지납니다. 그는 식스(라이언 고슬링)이라는 이름을 부여받고 수년 동안 정보국의 소속된 요원이 아닌 그야말로 그레이맨으로서 골치 아픈 일들을 해결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또 다른 임무를 맡게 되는데 제거의 대상이 자신과 같은 그레이맨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그에게서 비밀스러운 sd를 받게 됩니다. 피츠를 몰아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카마이클이 그 sd의 정체를 알고 그를 제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식스는 그것을 숨깁니다. 이를 눈치 챈 카마이클은 식스를 쫓게 되고, 이 작전을 현장에서 같이 한 다니(아나 데 아르마스)를 불러들여 심문하게 됩니다. 다니 또한 카마이클이 뭔가 숨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식스를 쫓아 그를 돕게 됩니다. 카마이클은 마지막 수단으로 그를 찾기 위해 소시오패스에 가까운 요원인 로이드를 작전에 투입하고 식스를 찾는 과정에서 로이드는 다양한 도시(?)를 풍비박산으로 만듭니다.

<어벤저스> 시리즈의 연출로 영화 흥행스코어의 새로운 역사를 쓴 루소 형제의 신작입니다. 이번엔 넷플릭스 작품으로 복기를 했는데요. 그리고 히어로물이 아니라 정통 스파이물에 가까운 작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원작을 어떻게 각색했는지 모르겠지만 스파이물의 원형을 남겨둔 정도이고 여기에 <레옹>과 같이 주인공은 병약한 10대 소녀를 위해 희생하는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피츠의 유일한 핏줄인 조카 클레어는 몇 년 전부터 식스의 케어 아래 지내다가 잠시 헤어진 상황에서 다시 만나게 됩니다. 로이드는 클레어를 이용해 식스를 굴복시키려고 하는 것입니다.

스파이물에다가 멜로드라마적 요소가 더해져 자칫 심각한 신파로 이어질수도 있는 이야기의 흐름인데요. 루소 형제는 화려한 볼거리로 이것은 덮습니다. 화려한 카메라 무빙과 총천연색의 이미지로 수 놓는 액션 장면은 마치 어벤져스의 뉴욕 전투신 이상의 화려함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 카메라 무빙은 (어벤저스에서도 그러했지만) 후반에서 지속적인 반복으로 인해 피로감이 느껴지게 됩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액션의 빈도가 사실 좀 많습니다. 임팩트 있게 두세 번 정도면 적당할 것 같은데 대규모의 액션 장면이 너무 많아 집중도가 사실 후반부에 조금 떨어지더라고요.

마블 유니버스라는 엄청난 배경 때문에 전작이 성공했다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것이 든든한 빽이 되지만 그들의 연출력이 없었더라면 그런 대단한 성공은 없었겠죠. 하지만 마이클 베이의 단점을 이들이 마치 답습하는 건 아닌가라는 아쉬움이 이 작품을 보면서 좀 들더라고요. 자신들의 스타일을 버릴 순 없겠지만 다음 작품에선 색다른 연출을 한 번 봤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