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헌트]를 보고(약스포)

배우 이정재가 연출과 주연을 맡은 <헌트>는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스파이물이자 두 남자의 속고 속이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안기부 해외팀 소속인 박평호(이정재)는 미국 순방을 나선 대통령을 경호합니다. 그런데 지원을 나온 국내팀 김정도(정우성)과 그의 팀이 왠지 모르게 사건을 터졌을 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느껴집니다. 다행히 대통령은 다치지 않고 안기부의 두 팀은 국내로 입국합니다. 김정도는 박평호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자신의 집으로 초대를 하지만 불편했던 과거를 박평호가 기억하는 것에 대해 불안해합니다.

시간은 조금 흘러 망명을 시청한 북한 고위 관리를 통한 정보를 입수할 수 있게 된 안기부 해외팀은 일본으로 건너가 직접 고위 관리를 만나 정보를 듣고 그의 가족을 보호해주려고 했지만 안기부장의 이상한 명령 때문에 작전은 실패로 돌아갑니다. 이 사건으로 팀장은 해임되고 김정도가 군인으로서 80년 광주에 있었을 때 선임이었던 중령이 새로운 안기부장으로 취임합니다. 그는 박평호와 김정도를 이간질하면서 안 그래도 썩 사이가 좋지 않은 두 팀을 서로 사찰하라는 명령을 하게 됩니다. 이미 조직 내에서 정보가 계속 새어 나가는 걸 보고 내부 스파이인 '동림'을 색출하기 위해 오랫동안 서로를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박평호와 김정도는 각자의 팀원 뿐 아니라 박평호가 보호자로서 돌봐주고 있는 대학생 조유정(고윤정)을 김정도는 스파이로 몰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어떤 반전이 등장한 후 박평호와 김정도는 대통령의 태국 방한을 경호하면서 엄청난 사건을 경험하게 됩니다.

83년을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그러니까 전 대통령 취임 3년차이고 광주항쟁도 3년이 지난 시간입니다. 김정도는 군인으로서 80년 광주를 경험했던 인물입니다. 그리고 군인으로서 안기부 요원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 최고의 권력 코스를 밟고 있는 인물이죠. 박평호도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공무원으로서 일하고 안기부 13년차인 인물입니다. 둘은 나름의 애국심으로 대통령을 경호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스파이 '동림'이라는 인물을 반드시 밝혀내려고 영화 내내 생고생을 하죠. 하지만 영화 후반부에 동림의 정체가 밝혀지면 어떤 인물이 그 신념을 어떻게 가졌는지 그리고 북한과의 관계가 그 당시에 어땠을지 연출자는 상상하고 이를 구현해냅니다.

슈퍼스타인 이정재 배우의 첫 연출작입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예상보다도 훨씬 좋은 연출을 보여준 작품입니다. 동림이라는 맥거핀을 꽤 오랫동안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키워드로 삼고 이 미스터리가 해결된 후엔 본격적인 액션이 연출이 들어가는데 이 부분의 공은 정우성에게 있는 것 같습니다. 스펙터클한 이 액션 장면에서 정우성은 <놈놈놈>에서 보여줬던 화려한 액션에 버금가는 액션을 보여줍니다.

엔딩이 상당히 인상 깊은 작품입니다. 인터뷰에서 이정재 감독도 이 장면을 위해서 영화를 연출했을 정도라고 밝혔습니다. 어찌 보면 호불호가 나뉠 수도 있을 엔딩이지만 개인적으론 맘에 드는 엔딩이었고 그 캐릭터가 나중에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도 궁금해지더라고요.

세 명의 주요 캐릭터를 제외한 조연들의 캐릭터가 조금 아쉬운 작품이긴 하지만 이를 제외한다면 대부분 만족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이 여름 시즌에 <헌트>가 어떤 흥행 스코어를 보여줄지도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