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 감독이 연출한 <흐르다>는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는 한 부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서른 살을 넘긴 취준생 진영(이설)은 스터디 그룹의 다른 준비생들이 취직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무뚝뚝한 아버지(박지일)와 한 집에 사는 것도 답답하고요. 엄마와의 소통이 전부입니다. 부모님은 작은 공장을 운영하는데 매일 같이 의견 차이를 보이고 두 사람은 싸웁니다.

어느 날, 동창회에 나간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습니다. 사고로 어머니는 돌아오지 않은 채 세상을 떠납니다. 진영은 어머니가 공장에서 하던 사무실 일을 잠시 나마 떠안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는 아버지와 함께 공장에서 일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대구를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지역에서 영화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온 감독이 단편을 꾸준히 찍어오다가 처음으로 만든 장편영화입니다. 그리고 자전적인 이야기로 만든 작품이기도 하고요. 물론 영화 속 이야기는 허구이고 주요 캐릭터들이 감독 가족의 모습을 참고해서 만든 인물들입니다.

경상도 특유의 무뚝뚝한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내고 딸과 소통이 전혀 없는 인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물론 아내와의 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고 고집이 굉장히 쎈 인물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고집을 뒷받침할 근거는 또 보이지 않습니다. 영화 속에서 아버지는 굉장히 부정적인 인물로 그려집니다. 하지만 엔딩 부분에서 딸 진영은 어느새 아버지와 닮아있는 스스로를 발견함과 동시에 조금씩 변화를 시작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확인합니다. 그리고 각자의 길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듯합니다.

이설 배우가 온전히 전체를 끌고 나가는 작품입니다. 얼마 전에 봤던 <썬더버드>라는 작품에서도 꽤 괜찮은 연기를 보여줬었는데 이번 작품은 원톱 주인공으로서 자신의 캐릭터를 디테일하게 보여줍니다. 취준생의 모습, 부모님과의 소통 단절 그리고 계획적인 미래 위한 다짐을 보여주는 캐릭터를 잘 연기해내고 있습니다. 특히 서먹한 한국 경상도의 부녀 모습을 제대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일부 조연들의 사투리 연기가 조금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지만 대구라는 공간보다는 그 곳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작품입니다. 물론 외곽지역에 형성되어있는 공단지역이 대구의 특징이긴 하지만 다른 지역 사람들이 이런 정보를 알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튼 꾸준히 지역에서 영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연출자들이 꼭 충무로에 진출하지 못하더라도 <지슬>의 오멸 감독처럼 꾸준히 영화를 만들어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