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환 감독이 연출한 <나를 죽여줘>는 연극으로 아주 유명한 <킬 미 나우>를 극영화로 옮긴 작품입니다.

선천적인 지체장애인인 아들, 현재(안승균)를 홀로 돌보기 위해 작가의 꿈을 내려놓은 민석(장현성)은 시간 강사로서 삶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아내를 먼저 떠나보냈지만 여동생, 현재의 고모(김국희)가 한 집에 살면서 민석이 일하는 시간 동안 돌봐줍니다. 하지만 현재도 이제 스무 살이 되어가고 또래의 아이와 함께 지내야한다는 것을 민석은 느끼게 됩니다. 장애인 활동지원사인 기철과 현재는 제 나이의 아이들과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기철은 현재를 꾀어내어서 민석으로부터 떨어진 독립을 현재에게 권유합니다.

한편 현재는 몸은 불편하지만 성적인 욕구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이를 목격한 민석은 고민에 빠집니다. 그리고 민석은 이런 고민을 유부녀인 연인에게 털어놓기도 합니다. 그러던 와중 민석은 그 동안 숨겨왔던 병이 악화되기 시작하고 현재처럼 스스로 몸을 컨트롤 할 수 없게 됩니다.

연극 <킬 미 나우>로 너무나 알려진 원작을 영화화한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도 연극의 존재는 꽤 오랫동안 알고 있었는데 내용 자체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존엄사에 대한 이야기는 유럽 쪽 작품에서 꽤 오랫동안 발표되고 있었지만 국내에서 이런 주제를 다루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었습니다. 물론 <킬 미 나우>의 원작 자체가 외국 작품이긴 합니다. 그리고 존엄사 뿐만 아니라 장애인 특히 물리적으로 성적인 것을 해결할 수 없는 장애인에 대한 고민이 깊게 담긴 작품입니다. 이는 이수진 감독의 작품이었던 <우상>에서의 부자 모습에서도 그려지긴 했습니다.

보는 관객에 따라 불편할 수 도 있는 주제를 가지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모습은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본다면 많은 것을 고민하고 생각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특히 존엄사에 대한 뉴스가 최근에 유명인들의 선택에 의해 좀 더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이미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영화감독 장 뤽 고다르, 그리고 스위스에서 마지막을 선택한 영화배우 알랭 드롱이 바로 존엄사를 선택한 인물들이었습니다.

주제적인 측면을 차치하고 영화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조금 아쉬운 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작품이 실내 장면이고 원작이 연극이어서 그런지 제한된 공간에서 배우들의 동선이 제한되면서 연기적인 측면이 부각되는 작품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론 조연배우들 그러니까 고모나 기철 역을 맡은 배우들의 에너지에 비해 주연 배우들이 등장할 때 감정선이 살짝 깨지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물론 아주 어려운 캐릭터를 맡았기 때문에 백프로 완벽한 감정 전달이 쉽진 않았겠지만 굳이 아쉬운 부분을 찾자면 그 부분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이젠 많은 사람들이 집중하고 있는 '존엄사'라는 키워드를 본격적으로 다룬 이 작품은 이미 많이 알려진 콘텐츠이지만 극영화로서 관객들에게 어떤 평가를 많을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