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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블 청 감독이 연출한 1989년 작 <가을날의 동화>는 주윤발의 몇 안 되는 멜로드라마 중 한편입니다.
사랑하는 약혼자인 빈센트(진백강)를 만나기 위해 홍콩에서 뉴욕으로 떠나는 제니퍼(종초홍)은 아주 아주 먼 친척인 샘팬(주윤발)의 집에서 자리를 잡을 동안 잠깐 지내기로 합니다. 샘팬은 이모의 13번째 조카라고 제니퍼를 지칭하면서 방을 내어줍니다. 나름 지역사회에서 한 가닥하는 샘팬이지만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제니퍼는 빈센트를 깜짝 놀라게 하려고 하지만 그의 옆에 다른 여자가 있는 것을 목격합니다. 실연을 겪은 제니퍼의 모습에 측은지심이 든 샘팬은 그녀의 마음을 진정시켜주기 위해 여러 가지 이벤트들을 준비합니다. 점점 더 가까워진 둘이지만 결국 연인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순간 빈센트가 다시 제니퍼 앞에 나타납니다.
메이블 청 감독의 이주 삼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의 해당하는 <가을날의 동화>는 주윤발의 최전성기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그야말로 스크린에 등장하는 순간 그 자체가 너무나 영화적입니다. 특히 제니퍼를 배웅하러 공항에 폐차 직전인 차를 끌고 오는 모습에서 부터 마지막 어떤 식당에서의 모습까지 모두 영화적입니다. 종초홍 또한 실연에 아픔을 연기하는 동시에 새로운 사랑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20대 초반의 여성의 모습과 더불어 낯선 공간인 뉴욕의 낯선 삶을 살아가는 모습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배우의 매력이 아주 큰 작품이긴 하지만 멜로드라마의 이야기로서도 좋은 작품입니다. 이루어지기 힘든 사랑을 격정적으로 표현할 수도 있었지만 이 작품은 그 길을 선택하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아주 쿨한 선택을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이라 관객들이 아쉬워 할 수 있는 엔딩으로 흘러가나 했지만 밝은 미래의 엔딩으로 영화는 마무리 됩니다.
당시 <영웅본색><첩혈쌍웅> 등 액션 영화에서 자신의 매력을 내뿜었던 주윤발이 멜로 영화의 남자 주인공으로서도 전혀 손색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이었고 스크린에서 오랜만에 만난 종초홍의 모습도 너무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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