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소니 파비안 감독이 연출한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는 한 청소부가 디올 드레스를 구입하기 위해 파리로 떠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1957년의 런던, 남편을 전장으로 보내고 홀로 청소 일을 하며 살아가는 에이다 해리스(레슬리 맨빌)는 평범한 삶을 살아갑니다. 우연히 청소 일을 하는 집에서 근사한 디올 드레스에 홀딱 빠진 에이다. 남편의 전사 소식을 듣고 허무한 마음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은 파리로 당장 달려가 디올 드레스를 사는 것입니다. 여태껏 남편의 소식만을 기다려 온 그녀가 스스로의 삶을 찾아가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행보입니다.

파리에 도착한 에이다는 디올 매장이 아니라 디올 본사에서 치러지는 패션쇼장에 가서 옷을 구입하려고 합니다. 총매니저인 콜베르(이자벨 위페르)의 무시에도 불구하고 옷을 사겠다며 현금을 들이미는 에이다의 모습에 다른 직원들과 한 백작의 호의에 의해 패션쇼를 구경하게 되고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구입합니다. 그런데 맞춤옷이라 파리에 열흘 이상 머물러야 된다는 이야기를 들인 멘붕에 빠지지만 직원들의 도움으로 숙소를 해결하게 되면서 파리에서의 생활과 동시에 경제적으로 위기에 빠진 디올 사의 모습을 직접 목격하게 됩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홀로 살아가는 여성이 굉장히 많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에이다 해리스도 그들 중 한 명이었을 것 같고요. 당시를 생각하면 여성 홀로 살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에이다도 파리로 떠나기 전 남편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모습으로 연출됩니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고 바로 실천으로 옮깁니다.

파리로 떠난 그녀는 상류층에만 옷을 파는 디올의 모습에 실망하고 실제로 디올은 경제적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에이다의 설득으로 인해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직원이 이를 사장에게 제안하고 드디어 디올은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게 됩니다.

<미시즈 해리스 파리에 가다>는 전후 어지러운 국제 정세와 더불어 그 속을 살아가는 평범한 여성을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리버럴한 여성으로 변화하는 캐릭터를 보는 재미와 더불어 그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해내는 레슬리 맨빌의 연기가 탁월한 작품입니다. 또한 그 당시의 상황을 좀 더 알고 본다면 좀 더 흥미로운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