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진 감독이 연출한 <창밖은 겨울>은 시골 버스터미널에서 벌어지는 두 남녀의 애매모호한 로맨스와 더불어 과거의 기억을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영화감독의 꿈을 접고 고향 진해로 내려와 버스기사를 하는 석우(곽민규)는 터미널 대합실에서 우연히 고장 난 MP3를 주어 유실물 보관소로 넘깁니다. 매표와 함께 보관소를 담당하는 영애(한선화)는 버리고 간 것이라 확신하고 석우는 분명 찾으러 올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석우는 하루가 멀다 하고 영애를 귀찮게 하며 주인이 찾으러 왔냐며 묻고 영애는 석우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살짝 착각하기도 하지만 석우는 진심으로 주인이 찾으러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실물 보관소가 없어지고 그 자리에 직원휴게실이 생겨 유실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MP3가 고장 난 것을 확인한 영애와 석우는 MP3를 고치기 위해 전파사를 찾게 됩니다. 사실 이 MP3는 석우와 관계가 있는 물건이었고 그래서인지 그렇게 집착을 한 모습을 석우가 보여준 것입니다.

<창밖은 겨울>은 잔잔한 멜로드라마이지만 주인공이 과거의 기억을 어떻게 생각하고 그 기억을 어떤 방식으로 남겨둘지를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꿈과 동시에 전 연인과의 이별을 함께 잃어버린 한 남성이 결국 고향으로 돌아와 전 연인이 남겼던 마지막 말을 실행하는 모습은 꽤나 애처롭습니다. 그리고 잊고 있던 기억이 유실물로 인해 다시 떠오르면서 사건은 진행됩니다.

반면 영애는 석우만큼 입체감이 있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석우와 함께 하면서 캐릭터가 좀 더 입체적으로 변화합니다. 그리고 둘의 감정은 조금씩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런 모습은 자판기 커피, 함께 까먹는 귤을 통해 잔잔하게 표현되고요.

곽민규, 한선화 배우의 케미스트리가 꽤나 좋은 작품입니다. 영화배우로서 연기는 처음이었던 한선화는 먼저 개봉했던 <영화의 거리>보다 먼저 찍었던 <창밖의 겨울>이 영화 주연데뷔작이었습니다. <영화의 거리>에서도 경상도 부산을 배경으로 했던 작품이었는데 경상도 출신으로 사투리 연기를 어색하지 않게 잘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곽민규 배우는 독립영화계에서 믿고 보는 배우인데 한선화의 호흡과 더불어 석우라는 캐릭터를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점점 추워지고 있는 이 계절에 딱 맞는 제목이자 잔잔한 멜로드라마인 <창밖은 겨울>은 '기억'이라는 키워드를 어떻게 다루고 혹은 극복해나갈지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