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이 연출한 <소설가의 영화>는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작품이자 이혜영 배우와 두 번째로 함께 한 작품입니다.

소설가 준희(이혜영)은 연락두절이 된 후배인 세원(서영화)를 만나러 하남의 한 책방으로 찾아갑니다. 짧은 만남을 가진 후 후배가 추천하는 인근 타워를 구경하던 와중 이전에 함께 일을 할 뻔 했던 영화감독 효진(권해효)와 그의 아내(조윤희)를 만납니다. 티타임을 가진 셋. 준희는 과거 자신의 작품을 좋아한다면서 영화화하기를 원했던 효진이 투자자들로 인해 영화화 되진 못 한 것에 서운함을 토로 합니다.

이야기를 나눈 셋은 인근 공원으로 가 산책을 하려고 하는데 예전에 유명했고 현재는 활동을 하지 않은 길수(김민희)를 만납니다. 현재 활동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말하는 효진에게 준희는 그녀의 선택을 함부로 재단하지 말라고 일갈합니다. 더 이상 그 자리를 견디기 힘든 효진과 아내는 그 자리를 뜨고 생전 처음 보는 길수와 준희는 산책을 하고 식사까지 함께 합니다. 그런데 길수의 과거 인터뷰를 보고 길수 부부의 이야기를 영화화하고 싶다고 준희는 이야기합니다.

그 와중 길수가 아는 언니의 가게 함께 가자고 준희에게 제안을 하는데 그곳은 다름 아닌 후배 세원의 가게였습니다. 그곳에서 시인 만수(기주봉)를 10년 만에 다시 해후하고 다섯 명은 막걸리를 거나하게 마십니다. 그리고 만취한 길수는 잠이 들어버립니다.

더 이상 소설을 쓰지 않는 한 소설가의 하루를 다루고 있습니다. 후배를 만나는 것을 제외한 모든 만남이 우연이고 그 만남이 꼭 마뜩치는 않습니다. 효진과의 만남이 그랬고 만수와의 재회도 그러했습니다. 길수와의 첫 만남에서 준희는 뭔가 새로운 에너지를 얻게 되고 창작력이 샘돋는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흑백영화와 컬러 영화를 번갈아 찍고 있는 홍상수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캐릭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누가 보면 변명이 되고 또 어떤 시선은 진심이라고 볼 수 있는 이 설정은 관객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읽힐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길수가 잠이 든 다음 장면이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영화를 보는 것이 달라지듯이요.

연출뿐만 아니라 편집, 촬영, 음악까지 모두 스스로 한 홍상수 감독은 자신이 고유한 촬영과 편집을 이번 작품에서도 당연히 보여주고 있는데요. 일반 영화에서 NG컷이 되는 장면도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원씬 원컷도 그대로 유지하는 반면 전작과는 달리 인물의 동선에서의 인서트가 유난히 많이 들어가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특히 실내에서 실외로 이동하는 장면에서 꼭 차에서 내리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이전 작품에선 이러한 편집은 거의 없이 점프쇼트를 많이 썼는데 이번 작품은 그러지 않더라고요. 다음 작품인 <탑>에서는 과거의 편집 방법으로 다시 돌아갔고요.

2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아니 점점 더 많은 작품을 쏟아내고 이 예술가의 끝은 과연 어떨지 궁금한데 좀 더 직접적인 사회 문제를 한 번 쯤은 영화에서 본격적으로 다루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그가 생각하는 인간 본연의 모습은 충분히 보여줬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