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감독이 연출한 <카운트>는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자 진선규 배우의 첫 원톱주연 작품입니다.

88년 서울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인 시헌(진선규)는 10년이 지난 현재 고등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미친개'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학생들에겐 두령움의 대상이기도 한 그는 지역 복싱 대회를 참관하면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선수 윤우(성유빈)을 봅니다. 윤우는 실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협회와 어른들의 강압에 의해 승부조작에 희생양이 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헌이 교사로 있는 학교에 전학을 오게 된 윤우를 본 시헌은 윤우에게 다시 한 번 복싱을 제안하고 시헌은 윤우와 함께 없어졌던 복싱부를 부활시킵니다. 매번 시헌에게 혼나는 문제아 삼총사와 왕따 학생을 복싱부에 강제로(?) 입회시키기도 합니다. 교장(고창석)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역 대회에 출전한 시헌과 아이들. 하지만 윤우는 또 다시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에 실망하지만 시헌에게만은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영화 <카운트>는 35년 전 판정시비로 얼룩졌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가해자가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였던 박시헌이라는 실존 복싱 선수의 이야기입니다. 어렸을 때 실제 경기를 봤을 때도 우리나라에게 너무 유리하다고 생각했고 많은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을 했었습니다. 영화에서도 이 부분은 잘 녹아져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 죄도 없는 박시헌 선수는 비난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아무 혐의가 없음에도 그 사실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 동안 박시헌 선수는 자신이 원치도 않은 금메달을 목에 건채 인생을 살아간거죠. 하지만 그는 후배들의 양성에 힘을 쏟았고 국가대표 감독까지 역임하게 됩니다.

<카운트>는 그 억울함을 풀어주는 이야기이자 성장영화이기도 합니다. 98년을 배경인 이 작품은 본격적인 디지털시대 이전의 아날로그 감성이 일부 남아 있는 작품입니다. 고규필가 맞은 배역은 스마트폰, 디지털시대를 내다보는 동네 바보형(?)으로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에게 시헌은 '의미 있는 일'을 하라고 일갈합니다. 그리고 후반부에 그는 '의미 있는 일'을 해내고 맙니다.

학생들과 시헌의 케미가 좋은 작품입니다. 유머의 타율도 나쁘지 않고 살짝 우려했던 진선규의 원톱역이었지만 결과적으론 영화 전체를 훌륭히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론 등에서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진실로 믿고 판단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가짜 뉴스 속에 살고 있는 현실엔 더욱 더 그러한 것 같습니다. 대형 언론의 힘이 막강했고 자국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원하지 않은 희생이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이 작품은 보여줍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저 또한 박시헌 선수에 대한 미안함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언론의 책임감이 얼마나 중요한지와 가치 판단에 대한 신중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