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연출한 <더 웨일>은 거구의 남자가 마지막 일주일을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딸과 함께 하는 이야기입니다.

작문 수업을 온라인으로 하는 대학 강사 찰리(브렌든 프레이저)는 자신의 캠은 끈 채로 수업을 합니다. 그 이유는 그가 270킬로그램이나 나가는 거구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매일 피자 두판 을 시켜먹고 그의 절친이자 간호사인 리즈(홍 차우)는 그를 매일 간호하러 방문합니다. 찰리에겐 이혼한 아내와 딸이 있는데 안 보고 산지 8년이나 되었습니다.

찰리는 딸인 엘리에게 아내 몰래 연락을 취합니다. 자신이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판단한 그는 마지막으로 딸의 모습을 보려고 합니다. 하지만 엘리는 아빠에게 감정이 썩 좋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찰리가 자신의 사랑을 찾아 가족을 버리고 떠났기 때문입니다. 엘리는 호기심으로 아빠를 찾아 온 것이고 예전엔 그렇지 않은 거구의 모습을 바라봅니다. 다신 아빠를 찾아오지 않으려는 엘리이지만 찰리는 학교 숙제이기도 한 에쎄이를 완성시키면 딸에게 전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제안을 합니다.

전작인 <머더>에서도 그러했지만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이번 작품에서도 종교적인 색깔이 강한 작품으로 돌아왔습니다. 영화 제목이 <더 웨일>인 이유는 이 작품에서 허먼 멜빌의 대표작이자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책인 <모비 딕>이 가장 중요한 소재가 때문입니다. 엘리가 어렸을 때 가장 먼저 썼던 글도 <모비 딕>에 대한 감상평이고 찰리가 가장 좋아하는 책도 <모비 딕>입니다. 그리고 찰리는 <모비 딕>에 등장하는 고래처럼 거구가 되어 있고요.

찰리는 새로 사랑을 찾아 떠나지만 그 사랑의 유효기간은 굉장히 짧았고 그는 스트레스를 폭식으로 극복합니다. 그 만큼 그 사랑에 대한 아픔이 크기 때문이죠.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없었던 찰리이지만 세상 떠나기 전 사랑하는 딸과 보내는 일주일은 마지막 영상으로 표현되듯 영화롭고 영광스러운 순간으로 신에게 다가갑니다.

이 작품에서 토마스라는 선교 활동을 하는 청년이 등장합니다. 토마스는 세상에 종말이 오고 다시 세상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교리는 갖고 있는 교회의 전도사입니다. 찰리와 그에 연인은 이전에 이 교리를 믿었고 심지어 리즈의 아버지는 그 교리를 주장하는 목사입니다. 하지만 찰리와 리즈는 더 이상 믿지 않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찰리와 엘리의 감동스러운 스토리도 있지만 리즈와 토마스 캐릭터를 통한 반전이 꽤나 임팩트가 있습니다. 찰리는 딸 엘리와 수업을 듣는 학생에게 '진심'에 대한 이야기를 반복합니다. 그 진심이란 자기 생각, 자기 것에 대한 다른 표현입니다. 그 진심은 가장 창의적이라고 언급하고요. 찰리는 그래서 엘리가 진심으로 쓴 모비 딕의 독후감을 좋아했던 것이죠.

이야기적으로도 흥미로운 작품이지만 단연 브렌든 프레이저의 연기가 압권인 작품입니다. 현재 아카데미 레이스에서 단연 선두에 있는 그는 많은 관객들이 <미이라>시리즈로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그런데 이런 드라마에서 이런 연기를 보여줄지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거구의 몸을 연기하는 것도 꽤나 힘들었겠지만 미세한 감성을 연기하는 그의 연기는 오랫동안 기억남을 명연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함께 호흡을 맞춘 리즈 역의 홍 차우의 연기도 꽤나 좋았고요.

<머더>와 같이 평단의 평이 극과 극을 달리는 대런 아로노프스키는 언제나 논쟁적인 영화를 만드는데 이번엔 좀 힘을 빼고 만든 이 작품이 많은 관객들에게 어떻게 소구될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