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드 필드 감독이 연출한 <타르>는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지휘자, 리디아 타르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리디아 타르(케이트 블란쳇)는 여성 지휘자로서 이미 여러 곳에서 지휘를 맡았지만 현재는 베를린 필하모닉에서 컨덕터를 맡고 있습니다. 그녀는 파트너이자 수석 바이올리니스트인 샤론(니나 호스)과 함께 베를린에서 살고 있습니다. 샤론에겐 전 남편 사이에 낳은 딸이 있고요. 딸이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며 직접 리디아는 나서서 자신이 이 애의 아빠라고 겁을 주기도 합니다.

순조롭게 진행됐던 오케스트라 연주 연습은 한 젊은 베이스 연주자가 오면서 조금씩 틈이 벌어집니다. 리디아에게 집착하던 크리스타는 결국 리디아가 떨쳐 버리면서 심각한 우울증을 앓습니다. 현재 리디아 어시스던트인 프란체스카(노에미 메를랑)은 리디아의 후계자로서 꿈을 꾸지만 결국 크리스타와 같은 상황을 맞을까 두렵기만 합니다.

리디아은 올가라는 새 첼리스트 때문에 오케스트라 안에서 많은 것을 변화시킵니다. 먼저 오랫동안 일한 부지휘자를 자르게 되는데 이 일로 인해 리디아가 소수자라는 것이 부각됩니다. 하지만 소수자라는 것이 그동안의 약점이기 보다는 지휘자라는 권력으로 힘이 없는 꿈나무들의 희망고문을 안겨주는 점이 영화에서 좀 더 부각됩니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리디아 타르를 실존 인물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영화 소개에도 마치 '최초' 여성 지휘자라는 키워드 때문에 더욱 더 그렇게 여겼을 것 같은데 사실 가상의 인물입니다. 물론 참고가 되는 실제 여성 지휘자가 있긴 합니다.

이 모든 것을 드라마틱한 영화로 만드는 것은 좋은 연출력도 있지만 리디아 타르를 연기하는 케이트 블란쳇의 공이 큽니다. 대부분의 장면에 등장하는 케이트 블란쳇의 연기는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꽤 긴 테이크로 진행되는 강의실 장면 중 유색인종 학생과의 토론은 굉장한 흡인력을 선사합니다. 그동안 주조연으로 오스카를 이미 수상한 그녀가 이번에도 강력한 후보가 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개인적으론 그녀의 최고 연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블루 재스민>의 연기보다 좀 더 좋았던 거 같습니다.

실화 같은 이 픽션은 코로나 시대를 잘 반영함과 동시에 미투 운동의 또 다른 측면을 바라보고 있는 작품입니다. 여러모로 이슈가 되는 요소가 있는 작품이고 무엇보다 시대를 대표하는 여배우의 인생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