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도넌, 진 켈리 감독이 공동연출한 1952년 작 <사랑은 비를 타고>는 뮤지컬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손꼽히는 걸작이자 현재 여러 나라에서 여전히 무대 공연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무대 코미디언인 돈(진 켈리)과 코스모(도날드 오코너)는 이곳저곳 정처 없이 공연을 하러 다니다가 할리우드로 들어가 전혀 다른 일을 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영화 현장에서 일을 하던 중 배우가 부상을 당하자 돈은 그를 대신해 스턴트 연기를 해 보입니다. 이를 맘에 들어한 감독은 자신의 작품에 출연시키고 더 나아가 당대의 스타인 리나와 함께 다수 작품을 같이 하면서 스타로 떠오릅니다. 친구인 코스모 또한 피아니스트로서 자리를 잡고요.

하지만 1929년 유성영화가 다가오자 할리우드로 많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는데 리나의 목소리가 극악이라 스튜디오와 돈은 큰 고민에 빠집니다. 그러던 와중 이전에 우연히 만났지만 악연이 되었던 캐시(데비 레이놀즈)를 다시 만나게 되고 돈은 그녀와 사랑에 빠짐과 동시에 캐시가 리나의 목소리를 대신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리고 영화 장르를 뮤지컬로 바꾸고 시사회는 성공적으로 치러지지만 리나는 이를 못 마땅히 여기고 스튜디오 사장과 돈을 위기에 빠뜨리려고 합니다.

영화 역사 약 130년 동안 명장면으로 빠지지 않는 진 켈리의 우중 댄스장면이 포함되어있는 최고의 뮤지컬 영화 <사랑은 비를 타고>는 몇 번을 봐도 기분이 좋아하는 코미디를 기반으로 한 뮤지컬 영화입니다. 이야기의 단순성은 있지만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시기를 잘 포착해 캐릭터에 녹아낸 아이디어도 좋지만 네 명의 배우의 매력이 터지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연출까지 맡은 진 켈리는 그 유명한 장면뿐만 아니라 영화 후반부에 환상 장면이나 대부분의 장면에서 뛰어난 안무를 보여주고 그의 미소는 많은 팬들의 마음을 녹아내리기 충분합니다. 음악가로 등장하지만 뛰어난 댄스를 보여주는 코스모 캐릭터의 도날드 오코너도 정말 훌륭합니다. 영화 초반부 스튜디오에서 홀로 벽을 타고 인간 모양의 인형이랑 펼치는 장면은 아크로바틱하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은 명장면입니다.

영화의 유일한 악역인 리나 또한 귀여운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약간 멍청해보이지만 영화 후반부의 뛰어난(?) 정치력으로 주인공들을 위기에 빠트리기도 합니다. 그리고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랑스런 캐시 역의 데비 레이놀즈는 아름다운 목소리뿐만 아니라 영화 초반부에 돈과 영화라는 매체를 두고 티격태격하는 장면이 꽤나 사랑스러웠습니다.

아마 100년이 지나도 기억될 영화이나 ost, 주제곡을 갖고 있는 이 작품을 큰 스크린으로 보니 70년 전이지만 아직도 캐릭터와 배우들이 마치 살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걸작은 시간을 견뎌내면서 우리 기억 속에 남게 된다는데 이 작품도 그러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