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를 보고(약스포)1

나타샤 메르쿨로바, 알렉세이 츄포브 감독이 공동 연출한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스탈린 시대를 살아가는 한 비밀경찰의 양심고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스탈린 시대, 일명 공포정치 시대를 살아가는 NKVD 소속의 볼코노고프 대위는 조직원들에게 행해지는 심문을 이상하게 여기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차례가 다가오면서 불안감을 느낀 그는 비밀문서를 들고 탈출을 합니다. 친한 동료들은 고문을 당하는 와중에 다른 조직원들은 그를 쫓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대위는 자신이 그동안 벌였던 끔찍한 일, 그러니까 죄 없는 사람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한 고문 등의 악마적인 행동에 대해 반성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는 희생자의 가족들을 찾아가 진실을 말하고 사과를 하려합니다. 하지만 가족들은 그의 양심고백을 쉽게 받아드리지 못하고 심지어 고발까지 당하게 됩니다.

2차 세계대전 직전, 스탈린 공포정치시대를 다루고 있는 이 작품은 영화의 오프닝부터 강한 에너지를 줍니다. 상의탈의를 한 두 근육질의 두 남자가 레슬링을 벌이며 마치 서로를 죽일듯이 싸웁니다. 하지만 둘은 절친한 사이이죠. 이 강한 에너지는 영화 끝까지 이어집니다.

볼코노고프 대위의 모습을 보면 본 시리즈의 제이슨 본이 떠오릅니다. 특히 <본 슈프리머시>에서의 본의 모습이 떠오르는데요. 자신의 살해한 남자의 딸을 찾아가 사과하는 모습이 그러합니다. 굉장히 인상적인 장면인데 이 작품에선 주인공이 다양한 사연을 가진 여러 명을 만납니다. 볼코노고프 대위는 본처럼 자신의 정체성과 더불어 반성 그리고 정부가 저지른 만행까지 희생자의 가족들에게 전달합니다. 본 시리즈에선 '미국'이라는 나라의 반성보다는 제이슨 본이 나라를 대신하는 개인의 사과로 귀결된다면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는 스스로의 양심고백도 있지만 당시의 소련(러시아)를 고발하는 성격이 좀 더 깊게 베어져 있습니다.

영화의 엔딩이 너무 처연하고 슬픈데요. 장률 감독의 <두만강>에서 약속을 지키지 못한 한 아이의 선택처럼 볼코노고프 대위도 어떤 선택을 하는데 그가 마음 편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더욱 더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풍요와 넘치는 정보 속에서 사는 우리가 그 시대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힘들지만 무엇이 옳고 또한 선행된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구하는 것이 진정한 인간의 모습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이 작품을 보며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