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곡, 김선 감독이 공동 연출한 <보이스>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와 절망을 안겨주는 보이스피싱을 소재로 한 작품입니다.

전 경찰 출신인 건축현장팀장인 서준(변요한)은 막 승진 사실을 대표에게 전달받고 아내에게 이 사실을 알립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건축현장에서 작은 사고가 발생하는데 서준이 그 사고를 막게 됩니다. 그 사이 아내에게 남편의 친구라는 변호사가 전화를 해 사고로 인한 합의금을 요구합니다. 아내는 의심스러운 상황이라 남편에게 전화하지만 건축현장에서 통신장애로 인해 전화가 되지 않습니다. 알고 보니 그 변호사라는 인간은 보이스피싱을 하는 것이었고 이로 인해 아내는 돈도 잃고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까지 하게 됩니다. 그리고 서준은 이들을 찾아내기 위해 콜센터가 있는 곳으로 잠입을 시도합니다.

<보이스>는 우리 생활로 딱 밀착되어있는 이야기입니다. 거의 보이스 피싱 전화를 한 번씩은 받아보았을 것입니다. 이 작품 시작에서도 자막으로 등장하는데 매년 그 피해액이 커지고 작년 기준으로 거의 조 단위에 육박하더라고요. 암튼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면 보이스피싱만큼 보편적인 사건을 다룬 작품도 드물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감정이입이 생각이상으로 잘 됩니다. 관객 본인이 아니더라도 가족이나 지인을 통해 한 명쯤은 피해자가 다 있을거니까요. 이 영화는 그 점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물론 영화적인 상상이 더해진 공간이나 캐릭터가 있긴 하지만요.

오랜만에 원톱 주인공으로 돌아온 변요한은 자본이 큰 작품에서도 어느 정도 먹힐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입니다. 물론 악역을 맡은 김무열의 뒷받침이 없었더라면 그러지 못 할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또 다른 악역을 맡은 박명훈의 캐릭터와 연기가 많이 아쉽더라고요. 좀 더 공포스러운 캐릭터로 설정이 되면 좋았을 것 같고 연기에 있어서도 전작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처럼 어눌한 한국어연기를 하는데 이번 캐릭터와는 잘 맞지 않아 보입니다.

<보이스>는 초중반까지 몰아치는 힘이 좋은 작품입니다. 다만 클라이막스에서의 한 방이 좀 부족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 이렇게 끝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잘 쌓아올린 성이 무너지는 것 까진 아닌데 좀 더 몰아치는 이야기가 되었다면 훨씬 더 괜찮은 상업영화가 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