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선 감독이 연출한 <십 개월의 미래>는 제목에서도 잘 알 수 있듯이 임신을 소재로 한 '미래'라는 캐릭터에 집중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앱 개발자로 일하는 미래(최성은)은 부모님의 무시와 만류 속에서도 자신의 일을 성실히 하고 있는 29살 여성입니다. 남친은 휴대폰 거치대를 만드는 일은 하는 윤호(서영주)라는 인물입니다. 어느 날 속이 안 좋아 찾아간 산부인과에선 임신 10주라는 말을 건네는데 미래를 도저히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합니다. 자신의 기억 속엔 6개월 동안 임신 할 일을 하지 않았다는 거죠. 윤호에게 물어보니 얼마 전 술에 완전 취해 했을 수도 있다는 말을 전해 듣습니다.

자신의 인생 계획에 큰 차질을 빚은 미래는 중절 수술 상담을 받아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불법이라 숨어서 수술도 받아야 되는 거죠. 자신이 원하지도 않은 임신인데 중절수술도 못 받는다고 하니 패닉이 옵니다. 아무튼 그렇게 고민하는 동안 그녀의 배는 불러오고 더 이상 수술은 어려워지게 되고 윤호 부모님과의 상견례까지 하면서 결혼까지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녀가 진행한 일이 드디어 성과를 이루는데 그 일을 중국 상하이에서 해야 된다는 사실을 윤호에게 알리면서 본격적인 갈등이 시작됩니다.

30살을 앞 둔 한국에서 살아가는 임신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어떻게 흘러갈지 대략 보입니다. 심지어 그렇게 흘러가기도 하고요. 결국 구성이 어떻게 되는냐인데 이 영화에선 여러 챕터로 나누어 이야기를 진행시킵니다. 미래의 상황을 소제목으로 보여주고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이 제대로 효과를 보여주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굳이 영어를 쓰는 이유도 잘 모르겠고요. 그리고 보니 영화 오프닝 때 배우랑 스탭 이름도 영어로만 표기되었던 거 같네요.

이야기보다도 주인공 캐릭터 자체에 큰 흥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미래'라는 캐릭터를 통해 이 사회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래의 모든 상황과 그녀가 하는 행동들에 모두 동의할 순 없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부당함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더라고요. 특히 퇴사할 때 사장과의 대화를 보면 더욱 더 그렇고요. 다만 남성 캐릭터들이 한 쪽 방향으로 묘사 되어있는 부분은 아쉽더라고요. 윤호, 윤호 아버지, 직장 상사, 직장 후배 등 임신한 여성에 대한 대처가 최악은 경우만 모아놓아서 아쉬웠습니다.

재기발랄한 캐릭터와 톤이 흥미로운 작품이었지만 한국 사회를 바라보는 감독의 생각에 대다수는 동의하지만 일부분에 있어선 공감이 전혀 안 가는 부분이 있어 개인적으론 그 점이 많이 아쉬웠던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