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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희 감독이 연출한 <휴가>는 해고통지를 받은 노동자가 5년간 천막농성을 하다 잠시 휴식을 가지고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되돌아보는 이야기입니다.
가구공장에서 해고 통지를 받은 지 5년이 지난 재복과 그의 동료들. 그들은 합의 하에 잠시 동안 휴가를 갖자고 합니다. 그렇게 재복은 두 딸이 있는 고향으로 잠시 내려오게 됩니다. 작은 딸 중2병이 한 참이고 큰 딸은 수시로 대학에 입학통지를 받은 상태입니다. 큰 딸의 등록금을 위해 친구의 회사에서 잠시 동안 재복은 일을 하게 됩니다. 다행히 자신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 곳에서 20살의 청년 준영과 함께 일하게 됩니다. 자신의 딸처럼 사람들 간의 소통 없이 항상 에어팟을 귀에 꼽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준영이 알을 하다가 다치게 되는데 막상 친구는 준영을 산재 처리해주는 것을 꺼려하고 재복은 준영에게 산재 신청을 하라고 말합니다.
지난한 농성에서 잠시 떨어져 나간 한 주인공이 가족과 직장을 잠시나마 함께 하게 되는데 참 뜻대로 잘 되지 않습니다. 두 딸들은 아빠와의 소통을 전혀 하지 않으려 합니다. 재복이 몇 번에 걸쳐 하는 대사가 바로 '내 말 듣고 있니?' 입니다. 그것은 준영과의 관계에서도 그러합니다. 하지만 기성세대로서 불합리한 것을 알려주는 그의 모습과 더불어 아빠로서의 책무를 다 하려고 하는 그의 모습에 있어서 딸과 준영은 조금씩 그의 말을 들어주기 시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가가 끝날 때 그는 결국 선택을 해야 합니다. 친구는 재복이 자신의 가게에서 계속 일을 해주기를 바라고 딸들은 더 이상 아빠와 헤어져 살기가 버겁습니다. 마지막 그의 선택에 대해서 돌을 던질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합의점이라는 것이 힘든 그의 상황이 여러모로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부당한 것을 부당하다고 말 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이 사회지만 재복과 같은 사람을 우리가 먼저 손절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에 마음 한 구석에 무거운 짐이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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