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 감독이 연출한 <열여덟, 어른이 되는 나이>는 인터뷰 작가와 갓 20살이 된 배달원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는 윤서(임선우)는 친한 언니에게 청탁을 받아 시에서 발간하는 잡지에 인터뷰 글을 쓰게 됩니다. 인터뷰이에게 필요한 정보만 알아내 인터뷰를 담아내는 냉정한 인터뷰어인 그녀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배달 음식을 시키는 과정에서 배달원인 수찬(김명찬)과 실랑이를 벌이게 됩니다.

그리고 며칠이 안지나 윤서는 인터뷰이로 수찬을 다시 만나게 되고 상황이 애매해지게 됩니다. 근데 수찬은 인터뷰를 끝내지도 않은 채 자리를 뜨고 자신의 생명줄과 같은 잃어버린 킥보드를 찾아 거리로 나섭니다. 다행히(?) 윤서가 수찬의 잃어버린 킥보드를 타고 다니는 사람을 알았고 이를 미끼(?)로 킥보드를 찾아주면 다시 인터뷰를 하자는 제안을 합니다.

아름다운 해변인 거제도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많은 독립영화에서 이런 식의 제작을 최근 들어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시에서 지원받은 제작비로 촬영을 하는 것이죠. 이런 작품의 공통점은 주요배우들은 그 지역이 어디든지 서울말을 쓰고 나머지 조단역 배우들은 사투리를 씁니다. 제작환경 때문에 어느 정도 이해는 하지만 가끔씩 감정이입이 깨지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 작품에서도 엔딩 크레딧에 촬영지역이 거제도라고 밝히지 않았으면 이곳이 거제도라고 알 순 없겠더라고요. 게다가 거제라는 곳이 영화 속에 잘 녹아있지도 않고요.

그야말로 두 인물에 집중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냉정한 성격의 윤서가 극이 진행될수록 수찬에게 영향을 받아 사람 냄새가 나는 인물로 변모합니다. 시설에서 소년기를 보낸 수찬은 사기도 당하면서 서서히 어른이 되어 가는 모습을 보입니다. 어른이 되기 위한 이런 시련이 필수는 아니지만 수찬과 같은 성격의 소유자가 이 세상을 살아가긴 버겁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을 것 같네요.

수찬과 같은 갓 스무 살이 된 청년에게 좋은 어른이 곁에 있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거 같습니다. 이 작품은 그런 어른들이 아직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분명 아직 그런 어른이 있기 때문에 세상이 그래도 살만한 게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