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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인 감독이 연출한 <같은 속옷을 입은 두 여자>는 한 모녀의 관계를 통해 모성이라는 키워드를 깊게 관찰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학습지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20대 후반의 여성 이정(임지호)은 오늘도 엄마 수경(양말복)에게 폭언과 함께 폭행을 당합니다. 마트 주차장에서 한바탕 한 후 차에서 내린 이정을 향해 엑셀을 밟는 수경. 이정은 다리를 다치게 되고 수경은 보험사에게 급발진이라고 주장을 합니다. 하지만 이정이 급발진이 아니라며 엄마를 고소하게 되고 둘의 관계는 최악으로 다다릅니다.
마음 둘 곳 없는 이정은 회사에 새로 들어온 소희(정보람)와 가깝게 지내면서 그녀의 자취방에서 맥주도 함께 마시는 사이가 됩니다. 한편 수경은 연인인 종열(양흥주)과 새로운 삶을 위해 집도 알아보지만 종열의 중학생 딸과의 관계가 원활하지 않습니다.
가장 가까운 모녀 관계에서도 답을 찾지 못하는 둘은 외부에서 이 빈 공간을 채워보려고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다시 둘의 관계가 긍정적으로 바뀌는 모습을 영화는 담아내고 있지 않습니다. 둘은 가장 강력한 끈으로 연결된 관계이지만 결국 인간은 혼자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영화는 말하고 있습니다. 또한 혈연이라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관계가 아니라 것을 역설하기도 합니다. 자신의 선택에 의한 관계가 어쩌면 진정한 삶이 아닐까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봉준호의 <마더>에서 국민 엄마였던 김혜자 배우의 또 다른 모성을 봤다면 <같은 속옷을 입은 두 여자>에선 존재하지 않은 모성의 결핍을 다른 방법으로 채워나가려는 딸 이정의 모습과 더불어 마치 자신 같아 보이는 딸의 모습에서 관계를 끊으려는 엄마 수경이 다른 관계를 통해 결핍을 채워나가려고 합니다. 하지만 관계를 맺는 두 여성은 여전히 미숙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고려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찌 보면 전혀 성장하지 않아 보이는 인물들입니다.
<같은 속옷을 입은 두 여자>는 한국영화에서 전혀 보지 못했던 모녀관계를 통해 '모성'이라는 키워드를 색다르게 보여준 아주 유니크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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