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괴물>은 세 가지 시선으로 같은 상황을 들여다보는 작품입니다.

총3부로 구성된 첫 번째 시선은 싱글맘 사오리(안도 사쿠라)의 시선입니다. 허물없이 아들 미나토와 친구처럼 지내는 사오리는 어느 날 욕실 앞에서 잘려진 머리카락을 보게 됩니다. 다름 아닌 아들의 것임을 알게 된 사오리는 미나토에게 학교에선 있었던 일을 깨 묻게 되고 이런 행동의 이유가 담임선생인 호리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어 다음 날 학교로 찾아가 교장 선생을 만납니다. 하지만 교장 후시미를 비롯한 다른 교사들은 사건의 이유를 말하지 않고 무논리적인 사과만 할 뿐입니다. 그냥 이 일을 마무리하려고 한 사오리는 미나토의 반복되는 이상 행동에 다시 학교를 찾아가고 호리 선생과 독대하려고 합니다.

두 번째 시선은 호리 선생입니다. 1부처럼 한 건물의 화재가 일어나는 걸로 시작되는데 호리 선생은 연인과 함께 그 앞을 지나치고 있습니다. 반 아이들이 이를 목격하고 엉뚱한 소문을 학교에 퍼뜨리게 되고 이는 후에 호리 선생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줍니다. 2부는 1부와 같은 상황을 호리 선생 입장에서 변호하는 내용입니다.

3부는 1,2와 같은 타임 라인이지만 미나토와 같은 반 친구인 요리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가장 핵심적인 이야기와 동시에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괴물>을 보는 순간 몇몇 영화가 떠올랐는데요. 가장 먼저 토마스 빈터베르그의 <더 헌트>가 떠올랐습니다. 아이들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역으로 아이들의 말이라면 무조건 믿고 보는 상황이 비슷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이 부분은 사건적인 측면에서 그러하고 다른 부분에선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자신의 작품의 시나리오를 대부분 직접 쓰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이번 작품에선 <꽃다발 같은 사랑을 했다>의 작가인 사카모토 유지의 각본으로 연출을 했습니다. 작가의 전작도 엄청 훌륭한 멜로드라마인데 이 작품도 전혀 다른 측면에서 너무나 훌륭합니다. 아이들의 감성을 제대로 캐치해내고 있으며 어른들의 세계에서 그들이 얼마나 추악한지도 '학교'라는 공간을 통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에서 비오는 장면들을 좋아하는데 이 작품에서도 각 챕터의 마지막 부분에 비오는 장면이 중요하게 쓰임과 동시에 특별난 음악이나 사운드도 없음에도 감정과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연출을 이번 작품에서도 보여줍니다. 그리고 3부에 등장하는 두 소년의 아지트 공간의 미술도 너무나 좋았고요.

<백엔의 사랑>과 히로카즈 감독의 전작인 <어느 가족>에도 출연했던 안도 사쿠라는 이번에도 엄청난 연기를 보여줍니다. 특히 학교에서 교사들과 나누는 대사에선 엄청난 에너지를 보여줍니다. 또한 두 소년의 이미지와 연기도 엄청난데요.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답게 아이들의 연기는 이번에도 좋더라고요. 역시 아이들이 주인공인 히로카즈 감독 작품은 믿고 볼 수 있다는 것이 이번에도 증명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