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핀처 감독이 연출한 <더 킬러>는 엄청난 원칙주의자인 킬러가 임무에 실패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한 번도 임무에 실패하지 않은 킬러(마이클 패스벤더)는 새로운 임무를 위해 타깃이 있는 맞은편 건물에서 의뢰인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료한 며칠의 시간을 지내고 드디어 타깃을 향해 격발을 하지만 엉뚱한 사람이 탄을 맞게 되고 킬러는 바로 자리를 뜹니다. 하지만 보스가 그에게 연락을 해오고 그냥 넘어갈 수 없다는 이야기를 남깁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의 집이 있는 도미니카 공화국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집은 쑥대밭이 되어 있고 아내와 처남이 크게 다친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알고 보니 의뢰인이 임무를 실패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 행동이었던 것입니다. 킬러는 전열을 가담 듣고 의뢰인과 의뢰인이 지시를 내린 또 다른 킬러를 찾아 나섭니다.

프랑스의 그래픽노블은 영화화한 이 작품은 <세븐>의 각본가인 앤드류 워커가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영화의 초반부는 히치콕의 <이창>처럼 주인공이 창문을 통해 맞은편 건물을 관찰합니다. <이창>에선 살해 장면을 목격했다면 <더 킬러>에선 주인공이 직접 살인 행위를 하는 거죠. 영화 초반부 거의 대화 장면이 없이 주인공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되는데 특히 살인을 하기 직전 킬러는 기도를 하는 것처럼 킬러로의 수칙을 되뇝니다. 대부분 냉정을 잃지 말라는 내용입니다.

아마도 이런 킬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들은 어느 정도의 클리셰가 있긴 마련인데 이 작품에선 '복수'라는 키워드를 제외하곤 관습적인 연출은 없어보였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관객은 살짝의 클리셰 즉 대중적인 연출을 기대했을 것인데 역시 핀처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가더라고요.

고독한(?) 킬러로서의 패스벤더는 역시나 역할에 잘 어울리더라고요. 거의 영화를 혼자 이끌어나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적들은 다수인데 대부분 잠깐 등장하고 빠집니다. 그래도 틸다 스윈튼 여사의 존재감은 엄청나더라고요. 후반부에 5분도 채 등장하지 않는데 엄청난 에너지를 보여주더라고요.

<맹크>이후 다시 돌아온 핀처는 역시나 자신의 고유한 연출을 이번 작품에서도 보여줍니다. 역시나 어둡고 기존의 문법을 잘 비켜나갑니다. 배우들을 혹사 시키는 것으로 너무 유명한 감독인데 과연 <더 킬러>에선 마이클 패스벤더와 어떤 각을 세우고 마무리 되었을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