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홍 감독이 연출한 <괴인>은 허세 가득하고 독특한 성격의 남자가 자신의 차를 망가뜨린 사람을 쫓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고향 친구와 함께 목수 일을 하는 기홍(박기홍)은 작업 마지막 전날 술을 마시고 작업을 하고 있는 피아노 학원에서 친구와 잠을 잡니다. 문제없이 일이 끝난 다음 날, 집주인과의 술자리를 위해 장을 보려 차에 시동을 켜는데 차 지붕에서 물이 떨어지는 것을 보게 됩니다. 알고 보니 천장이 내려앉아 있는 것입니다. 원인 모를 일에 오히려 집주인 정환(안주민)이 열을 내며 범인을 찾자고 합니다.

다음 날, 인근 CCTV를 확인해보니 피아노 학원 2층에서 어떤 사람이 기홍의 차 위로 뛰어내린 것이 확인됩니다. 일단 경찰엔 신고를 했지만 큰 희망을 갖지 않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야밤에 갑자기 정환이 다시 사건 현장으로 가보자고 합니다. 그런데 그 시간에 학원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CCTV의 화면처럼 어떤 사람이 다시 뛰어내리는 것을 확인하고 둘은 그 사람을 쫓습니다. 하지만 놓치고 말죠. 그런데 며칠 뒤 우연히 공원에서 기홍은 그 사람과 비슷한 실루엣의 사람을 목격하고 다짜고짜 그 날의 동선을 물어봅니다. 첨엔 거짓말 하던 그 20대 초반 여성은 잠시 후 기홍의 일터로 와 고백을 합니다.

<괴인>은 딱 한마디로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작품입니다. 너무 현실적인 캐릭터도 있고 전혀 그렇지 않은 인물도 함께 등장합니다. 주인공의 차에 뛰어든 누군가를 쫓는 다는 사건이 있긴 하지만 이건 크게 중요하지 않아 보입니다. 예고편에서 보이는 거와는 조금 다르게 가벼운 코미디가 아니라 블랙 코미디에 가까운 작품이고 관찰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특히 인간관계의 디테일 부분을 굉장히 잘 담아내고 있습니다.

140여분에 달하는 이 작품은 주인공 기홍 뿐만 아니라 주인공 정환 그리고 그의 아내까지 모두 흥미롭게 설계된 캐릭터를 보여줍니다. 한량인 정환은 기홍의 차 사고가 그에겐 지루한 일상을 벗어나게 해 줄 구실이 되고 아내는 이를 한심하게 여기면서 되려 의외로 허세 가득한 기홍에게 관심을 가집니다. 그 관심이 이성으로서인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지붕을 내려 앉힌 여성을 집으로 데려와 함께 술을 먹는데요. 이 여성의 캐릭터도 독특하고 그녀를 대하는 나머지 셋의 반응은 현실적입니다. 자신의 차를 망가뜨린 사람을 용서하는 기홍의 모습은 대인배의 풍모보단 뭔가 귀찮은 일을 만들기 싫어하는 모습인데 또 마땅한 거처가 없는 그 여성에게 측은지심을 느끼기도 합니다.

<괴인>은 작년 서독제 등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라고 합니다. 아마 이거 무슨 이야기지? 라고 생각하는 관객도 분명히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듬과 동시에 이렇게 유니크한 작품이 올해 있었나 할 정도로 개성 넘치는 작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