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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감독이 연출한 <빅슬립>은 가출한 소년과 그를 우연치 않게 도와주게 되는 한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폭력적인 양아버지를 피해 하루가 멀다 하고 집 밖을 배회하는 소년 길호(최준우)는 전기난로가 놓인 평상에서 잠을 청합니다. 새벽이 되자 맞은 편 빌라에서 한 남자가 나와 길호를 깨웁니다. 그리고 쫓아내려고 합니다. 하지만 퇴근한 남자 기영(김영성)은 길호가 또 다시 평상에 있는 것을 보고 집으로 들어와 자라고 합니다.
까칠해 보이는 기영이었지만 밥도 챙겨주고 자기 옷도 내어주고 잠자리도 내어줍니다. 하지만 다음 날 바로 떠나라고 하죠. 사실 길호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과 함께 길거리를 방황하는데 절도를 일삼는 그 아이들과 멀리 하려고 이곳에서 잠을 지낸 것입니다. 하지만 길호의 행방을 알게 된 친구들이 기영의 집에서 하룻밤을 단체로 묵게 되고 안 그래도 좋지 않은 어떤 일을 겪은 기영은 이 아이들을 강압적으로 대하며 쫓아냅니다. 길호는 변명할 틈도 없이 쫓겨나게 됩니다.
다르덴 형제의 작품이나 알랭 가르디의 <노바디 히어로즈>가 떠오르는 작품입니다. 보호받아야 할 아이가 세상에 덩그러니 놓인 상황에서 이를 그냥 두고 보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어른의 모습이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물론 까칠한 주인공 기영은 사실 자신의 아버지와 특별히 사이가 좋아 보이지 않고 새어머니와의 관계도 썩 좋지 않습니다. 어쩌면 건강했던 기영의 아버지도 길호의 양아버지처럼 폭력적일지도 모릅니다. 또한 기영은 길호에게 내미는 손길을 제외하면 영화 안에서 비도덕적인 일들을 행합니다. 특히 공장에서 벌어지는 일이 그러하죠.
두 배우의 케미스트리가 굉장히 좋은 작품입니다. 길호 역의 최준우 배우는 아직 아마추어적인 느낌이 드는 연기였지만 프로페셔널한 김영성 배우와의 합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올해의 발견이라 생각되는 김영성 배우는 원톱 주인공으로서 영화를 온전히 이끌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작품이라 차기작이 더욱 더 기대됩니다.
<빅슬립>이라는 제목처럼 깊은 잠을 잘 수 있는 아이들이 온전히 자신들의 꿈을 안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꼭 오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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