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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빙 감독이 연출한 <흑의인>은 중국의 반체제 예술가인 왕시린의 모습을 한 극장에서 팔로우함과 동시에 인터뷰 형식이 가미된 다큐멘터리입니다.
파리의 한 허름한 극장에 80대 노인 한 명이 헐벗은 채로 서 있습니다. 그는 뭔가 독특한 손동작을 하며 춤을 추는데 <마더>의 김혜자 배우처럼 뭔가 제대로 된 안무라기보다는 어떠한 감정을 드러내려고 하는 행위예술에 가깝습니다.
카메라는 그런 그의 모습을 풀샷으로 보여주다가 발바닥부터 얼굴까지 틸업을 하면서 그의 몸 구석구석을 담아냅니다. 그리고 그의 몸짓은 잠시 멈추다가 옆에 있는 피아노로 가서 연주를 시작합니다. 아름답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 감정의 과잉이 오기도 하고 폭력적이게 보이기도 합니다.
왕빙 감독 작품답지 않게(?) 60분의 짧은 러닝타임을 갖고 있는 <흑의인>은 중국의 반체제 예술가이자 지휘자인 왕시린의 모습과 더불어 그의 예술가로서의 인생을 인터뷰를 통해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86세의 왕시린의 몸을 카메라는 시종일관 쫓고 있습니다. 그의 몸 자체가 하나의 역사처럼 보이는 이 작품은 인터뷰를 통해 그가 반체제 예술가로서 어떠한 핍박을 받고 살았는지를 보여줍니다. 결국 조국에서 살지 못하고 독일로 망명할 수밖에 없는 그의 삶이 뭔가 짠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파리의 한 극장에서 하루 만에 촬영한 이 다큐멘터리는 초로의 남자의 인생 역정을 담아냄과 동시에 실험적 정신도 뛰어납니다. 또한 고다르와 레오 카락스의 작품을 촬영한 카롤린느 샹페띠에의 유려한 카메라 워크도 굉장히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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