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영 감독이 연출한 <소년들>은 1999년에 발생했던 강도 살인 사건을 17년 후 재수사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전북 삼례의 작은 슈퍼마켓에서 강도 살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경찰은 동네에 사는 세 명의 소년들을 범인으로 지목합니다. 하지만 이 세 소년은 경찰의 폭행으로 인한 거짓 자백으로 감옥에 들어가게 됩니다. 사건이 지나지 않아 새로 부임한 반장 황준철(설경구)는 의문의 제보전화를 받고 제보자가 지목한 용의자를 찾습니다. 그리고 뭔가 잘못된 것을 직감한 황준철은 소년들이 수감된 감옥을 찾아가 재심문한 끝에 그들이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수사를 담당했던 최우성(유준상)은 특진으로 다른 곳으로 전출을 가 있는 상황이지만 황반장이 이 사건을 재수사한다는 소식을 듣고 돌아와 이를 막기 시작합니다. 명목은 조직을 배신한 '황반장'으로 몰면서요. 다행히 여러 가지 증언과 증거로 사건의 범인이 바뀔 수도 상황이지만 최우성은 인맥을 이용해 검사 쪽을 움직이게 되고 겁에 질린 소년들은 진실을 말하지 못하게 됩니다.

최우성이 인사계에 높은 자리에 있는 바람에 황준철은 외곽지역을 돌게 되고 17년 만에 다시 삼례로 돌아옵니다. 이 사건을 잊고 살아가고 싶은 준철이지만 사건 피해자의 딸이 소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변호사를 동반하고 준철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사회파 감독으로 유명한 정지영 감독이 <블랙머니> 이후 4년 만에 돌아왔네요. 이번에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인데요. <부러진 화살>과 같은 기득권의 부조리함과 추악함을 이번 작품에서도 보여줍니다. 이 사건도 진실은 결국 드러나게 되지만 죄를 지은 공권력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이 영화는 그 소년들을 위한 위령제 아닌 위령제라는 느낌이 살짝 들기도 했는데요. 20여년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느낌이 들어 아쉽더라고요. 법이란 약자를 보호하기 위함이 큰데 이 영화 안에선 권력자들을 위해 존재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설경구 배우가 오랜만에 형사로 돌아왔는데요. 젊은 시절의 모습엔 언뜻 강철중의 모습이 살짝 드러나긴 했지만 배우가 그 이미지를 달리 하려는 노력이 꽤나 보였습니다. 은퇴를 앞둔 노년의 연기는 힘을 많이 빼는 모습이 보기 좋았고요. 역시 대배우의 면모를 이번 작품에서도 보여주더라고요.

70대 감독이 거의 없다시피 한 우리 영화계에서 정지영 감독의 존재는 너무나 소중한 것 같습니다.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할리우드에선 마틴 스콜세지, 우디 알렌 등 대가들이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고 얼마 전까지 연출을 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옹은 90살을 넘으면서도 연출을 하셨죠. 우리 영화계에도 이런 노장들의 활약이 좀 더 있었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