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땅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일본 영화감독하면 단연 빠질 수 없는 한사람 이와이 슌지 감독.
그의 체취가 잔뜩 묻어있는 영화 한 편이 찾아왔다.
영화 '키리에의 노래'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힌다. 나 또한 예매 시도조차 못해 보고 매진을 경험했던 기억이 난다.
누가 봐도 이와이 슌지가 만든 영화
20세기 말 개봉한 러브 레터에서부터 지금까지 그가 보여주는 이와이 슌지 표 영화는 그 색채가 명확하다.
그의 영화는 독특한 아이러니를 가졌다.
감미롭지만 거칠다.
마치 평화로운 모습의 풍경을 거친 화법으로 그려 놓은 그림 같다고 할까?
그만의 독특한 편집, 앵글 등은 마치 그의 이름표같이 영화에 새겨져 있다.
역시 이번 영화에서도 그만의 독특한 영상미가 돋보였다.
비정상적으로 기울어진 로우앵글이라든지 마치 인물의 머릿속에라도 들어가 보려는 듯한 타이트한 얼굴 클로즈업들은 그의 복귀를 충분히 느끼게 해주었다.
잘려 나간 아쉬운 한 시간
독특한 앵글과 함께 다소 투박한 편집 역시 볼 수 있었는데 다만 이 부분에서 매우 아쉬운 요소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큰 실망이었다.
이번 시사회엔 3시간에서 무려 한 시간이 잘려 나간 2시간짜리 영화가 상영됐다. 투박한 편집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은 아니었을까? 이것이 과연 감독의 색채에 의한 투박함인가? 가위질로 생겨난 어쩔 수 없는 결과물인가? 분간이 잘 안됐다.
영화의 구성이 잦은 플래시백으로 이어져 있는데 그 플래시백들조차 과거의 과거까지 오가는지라 3시간짜리 충분한 호흡이 있었더라면 더욱 매끄러웠을 것 같다.
3시간짜리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디렉터스 컷으로 상영되었는데 일반 개봉에도 상영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 그렇게 개봉을 했으면 좋겠다. 절대 2시간에 풀어 낼 영화가 아니다. 그렇다고 내러티브가 끊어진다든지 그런 것은 아니다, 다만 아쉬움이 너무나 커서다. 3시간이 넘어가도 아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볼 영화다. 일본에서는 디렉터스 컷이 아니라 3시간 영화가 그냥 일반 상영 영화다.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3시간을 인정하면서 이런 영화한테는 칼을 대기를 바라는 현실이 씁쓸하다.
이와이 슌지의 또 다른 필살기.....MUSIC
이 영화에서 절대 빠트릴 수 없는 존재가 있다.
주인공인 가수 아이나 디엔드다.
BISH 때부터 익히 아는 노래 실력이지만 그녀가 영화에서 기타를 들고 첫 라이브를 할 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음향시설 좋은 영화관에서 보시길 적극 권장한다. 영화의 설정 그대로 진심 그녀의 노래는 하나의 대사 같다.
노래만큼이나 놀란 것이 이 영화가 그녀가 하는 첫 번째 연기라는 것이다. 그녀의 대사,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녀는 마치 이와이 슌지 영화의 미장센이 된 듯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었다. 그것만으로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할까?
그녀가 입고 나온 파란 원피스는 4월 이야기에서 마츠 다카코가 쓰고 나온 빨간 우산처럼 이와이 슌지 영화의 아이콘이 될 것이다.
아픔과 슬픔의 이야기
항상 그랬듯 이번에도 이와이 슌지의 영화는 아픔을 들여다보는 이야기다.
그중에서도 자신의 고향에서 실제로 벌어진 대지진이라는 충격적인 자연재해를 소재로 그린 아픔은 더욱 현실처럼 다가온다.
물론 자연재해 영화는 절대 아니다. 수수께끼를 풀 듯 전개되는 내러티브에서 쓰이는 하나의 소재이다.
각기 다른 아픔을 안고 사는 세 주인공이지만 결국 얽힌 그 실타래를 풀어보면 그 아픔의 출발점은 하나다.
다음이 더 기대되는 이와이 슌지
이 영화는 이와이 슌지의 아이덴티티가 확실히 새겨져 있는 영화다.
영화 곳곳에 마치 보물 찾기를 하듯 그런 요소들을 숨겨 놓았다.
마치 자신의 영화를 오마주 한 것 같은 영화의 첫 장면만 봐도 알 수 있다.
그의 영화가 거듭될수록 자신의 색채는 잘 지키면서도 계속 발전해 나가는 느낌이다.
때로는 어린 키리에가 메고 나왔던 다 낡아 빠진 빨간 란도셀 처럼 디테일하게, 때로는 그의 앵글이나 편집처럼 투박하게 오가는 모습은 마치 일렁이는 파도를 보는 듯하다.
그가 앞으로 쌓게 될 또 다른 필모에서는 또 어떤 모습들을 볼 수 있을지 벌써 기대가 된다.
#이 리뷰는 본인의 네이버 블로그에도 함께 게시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 
등록안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