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훈 감독이 연출한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과 그가 동경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18세의 고등학생 연규(홍사빈)은 새아빠의 딸인 여동생이 동급생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알고 그를 폭행합니다. 그에 대한 대가로 300만원이 필요한 상황인데 알바로 일하는 중국집 사장님은 이를 외면하고 누구보다도 싫어하는 새아빠에겐 손을 벌리긴 죽어도 싫죠. 그런데 이 사실을 알게 된 동네 조직의 중간 보스인 치건(송중기)이 아무 조건 없이 연규에게 그 돈을 줍니다. 그리고 자신을 찾아오지 말라는 말도 덧붙이고요.

폭행 사실이 새아빠 귀에 들어가게 되고 그는 여느 때처럼 연규를 폭행하려고 하는데 오늘은 야구방망이도 한 손에 들려 있습니다. 새아빠를 피해 집안에서 도망치던 연규는 새아빠 키우는 화분의 가지에 눈 옆에 긁히게 됩니다. 이 상처 때문에 연규는 중국집에서도 쫓겨나게 됩니다. 당장 지옥 같은 이 집과 이 마을 떠나기 위해 돈을 모아야 하는 연규는 결국 치건을 찾아가게 됩니다. 오토바이를 훔쳐 되 파는 범죄로 사업을 하는 치건은 자신의 유년 시절과 너무나 비슷한 그를 받아들입니다.

많은 관객들이 느끼겠지만 양익준의 <똥파리>가 바로 떠오르는 작품입니다. 결국 부자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두 영화가 다루고 있는데 그것도 폭행을 저지른 윗세대가 어떻게 후대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두 작품은 보여줍니다. 연규는 그 대상이 새아빠라는 것이 다르다고 볼 수 있는데요. 여기에 답이 없는 작은 소도시 '명안시'를 탈출하는 것이 연규의 꿈이죠. 그는 '화란'이라는 옛말로 불리는 네덜란드로 가고 싶어 합니다.

이런 장르 즉 누아르의 결말은 결국 누군가가 죽어야 끝이 나는데 이 작품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유사 부자관계인 치건과 연규. 둘 중에 한 명은 그런 결말을 맞이해야 이 지옥을 벗어나는 동기가 되기 때문이죠. 이 작품은 꽤나 인상적인 결말을 보여줍니다. 전혀 예상치도 못했고요. 그런 점에서 다른 누아르 영화와 <화란>이 구분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노캐런티로 참여한 송중기 배우가 인정할 정도로 유니크한 누아르인 <화란>은 홍사빈이라는 신인배우를 주인공으로 선택하는 과감성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홍사빈 배우는 이미 여러 독립영화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최근에 개봉한 독립영화인 <안녕 내일 또 만나>에서도 자기만의 색깔을 분명히 보여주더라고요. 또한 가수 '비비'로 잘 알려진 김형서 배우는 이번 작품에서 처음으로 연기하는 것을 보았는데 엄청난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일단 스크린 안에서의 모습이 전혀 이질적이지 않고 가수 때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를 보여줘서 반갑더라고요.

<화란>은 아마 송중기 배우의 인생 캐릭터가 될 만한 영화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신인 감독인 김창훈 감독의 가능성도 충분히 보여준 작품입니다. 과연 연말에 있는 시상식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도 벌써 궁금하네요.